이제 화석 연료의 시대는 끝났다. 지구는 탄소배출을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연합과 영국, 노르웨이, 뉴질랜드, 일본, 칠레, 스위스 등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제거량이 같은 수준인 ‘넷제로’를 실현 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적 기업들도 동참했다. 애플은 2030년까지, 유니레버는 2039년까지, 아마존은 204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약속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는 탈(脫)탄소로 재편되는 중이다. 친환경 에너지가 새로운 시대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수소 에너지가 있다.
일단 수소는 풍부하다. 석유처럼 공급량이 제한적이지 않다. 수소 대부분이 물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은 지구 표면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니 구하기가 한층 쉽다. 유기물질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진 화석연료에서도 수소는 탄소와 함께 발견된다. 탄소와 수소는 모두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다만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탄소는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반면, 수소는 산소와 만나 물을 생성한다. 수소 에너지의 부산물은 물 뿐이다. 친환경적인 이유다.
세계적인 수소 에너지 리더이자 수소기업 TES-H2의 대표인 마르코 알베라의 새 책 ‘수소 자원 혁명’은 친환경 청정에너지 중에서도 왜 수소가 미래의 답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20여 년에 걸친 저자의 에너지업계 경험이 환경 정책과 에너지 대안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왜 수소일까? 우선 존재량이 풍부하다. 또 하나는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수소연료 자동차는 전기자동차와는 다르게 빠른 충전,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미국의 월마트에서는 물류창고에서 ‘수소 지게차’를 쓰는데 수소차의 충전 시간이 전기차보다 짧아 보유 대수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국영자동차 회사인 상하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지리오토모빌홀딩스가 독자적으로 수소버스 개발을 진행중이다. 마찬가지로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저자는 앞으로 항공기와 선박 업계에서도 수소에너지를 하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소는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산업용 가스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오일머니’가 위용을 떨쳤고, 석유가 권력이었지만 앞으로는 “전 세계의 부와 권력은 수소에 집중된다”고 책은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세자가 이를 입증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빈살만 왕세자의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는 한국의 기업들과 청정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빈살만이 탈석유, 첨단기술, 친환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청정수소의 상업화를 누가, 먼저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의 부는 재편될 수 있다.
저자는 초경량 수직 이착륙 택시가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 위를 날아 다니고, 항공기는 하늘에 연기 대신 물의 흔적인 하얀 얼음 궤적을 그리며, 보트·트럭·버스가 수증기를 배출하며 소음없이 미끄러지듯 다니는 광경을 상상한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같은 재생가능 전력이 수소에너지 생산에 사용돼야 가능한 미래다.
10년 전만 해도 ㎏ 당 24달러였던 수소 가격이 지금은 4~5달러 수준이 됐다. 이는 수소가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티핑포인트다. 책은 민간의 관심과 기업의 투자를 재촉한다. “우리는 수소혁명으로 가기 위한 정점에 서 있습니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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