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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수완박’ 효력 엇박자 결정…‘기울어진 헌재’ 바로잡으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3일 법적 효력을 사실상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민의힘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에 대해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며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검수완박법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법 효력을 유지하는 엇박자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의회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심의·표결권 침해라는 중대한 입법 절차의 흠결에도 불구하고 법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은 앞뒤가 맞지 않다. 전문가들은 “궤변 같은 결정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 “술을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식의 황당한 논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위장 탈당’으로 상임위에서 최장 90일의 숙의 기간을 17분 만에 종료하고 ‘회기 쪼개기’ 등의 꼼수로 군사작전 치르듯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검찰의 수사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것은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명시한 헌법 제12조와 제16조에 위배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입법부가 검찰의 업무 분장을 법률로 규율하는 것은 권력 분립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주목할 점은 헌재 결정 과정에서 재판관들의 입장이 정치 성향과 출신 배경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는 사실이다. 모든 청구에서 기각·각하 의견을 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문형배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이며 김기영 재판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민변 회장을 지낸 이석태 재판관도 같은 의견을 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이미선 재판관이 기각과 인용을 오간 것을 놓고 ‘모양 갖추기’가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검수완박법은 내용은 물론 절차에서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헌법 가치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마저 편향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린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재판관 구성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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