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총선에서 2일(현지 시간) 중도 우파인 국민연합당(NCP) 이 접전 끝에 승리하며 산나 마린(37·사진) 총리의 연임이 불발됐다. 집권당이 포퓰리즘 극우 정당에 밀려 제3당이 된 가운데 이탈리아·스웨덴에 이어 핀란드까지 우파가 새롭게 정권을 잡으며 유럽에서 ‘우향우’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NCP가 20.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해 전체 200석 가운데 48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그 뒤를 극우 성향의 핀란드인당(46석), 마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43석)이 이었다. 페테리 오르포 NCP 대표는 “위대한 승리였다”며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핀란드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린 총리는 패배를 인정한 뒤 “국민연합당·핀란드인당에 축하를 보낸다”며 “민주주의의 뜻”이라고 말했다.
개표에 앞서 외신들은 마린 총리의 실각을 예상했다. 2019년 세계 최연소 선출직 정상이 된 그는 적극적인 코로나19 대응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 성과를 냈지만 경제·재정 정책 측면에서 부진해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집권 초반 64%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현재 73%에 달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경제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 등의 문제에도 직면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사적 파티를 즐기는 영상이 유출돼 업무 태만 및 마약 논란까지 벌어지며 치명타를 맞았다. 이 틈을 타 핀란드인당이 지난해 여름부터 마린 내각을 향한 집중 공세와 경제 안정성 회복 등을 내세우며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 외신의 평가다.
한편 3일부터 핀란드 정당들은 연립정부를 꾸리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 이에 오르포 대표는 정치 파트너로서 핀란드인당과 사회민주당 중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긴축 정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지만 반이민정책과 유럽연합(EU) 탈퇴 주장 등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핀란드인당과 공공지출 부문에서 의견이 갈리는 사회민주당 중 어느 정당과 연합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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