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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받은 남녀 부부 된다…"누군가의 희망 되고 싶어"

17년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수술 받아

온라인 카페서 수술 경험 나누다 연인으로 발전

"기적과도 같은 두 번째 삶…장기기증 서약도 동참"

11일 결혼식을 올리는 함은지(왼쪽)씨와 최재원씨. 연합뉴스(본인 제공)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 심장이식 수술의 경험을 나누며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는다.

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13살 때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17년차가 된 함은지씨(28)가 2년 전 심비대증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최재원씨(34)와 오는 11일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의 인연은 심장이식 수술 경험을 나누는 온라인 카페에서 시작됐다. 예비신부인 함씨는 3살 무렵부터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을 앓다가 초등학생이 되어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13살이 된 2007년 무렵 확장성 심근병증을 또다시 진단받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장근육 이상으로 심실의 확장과 수축 기능에 장애가 생겨 심부전과 부정맥 등을 유발하는 병이다. 소아에게는 10만 명당 1명 정도로 드물게 발생한다. 함씨의 경우 심장박동을 강화하는 약물인 강심제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심장이식이 절실했다. 기적적으로 보름 만에 소아 뇌사자가 기증한 심장을 구할 수 있었지만, 오랜 항암 투병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터라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선뜻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 때 함씨에게 도움의 손길은 내민건 당시 서울아산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 간호사였던 임유미 단국대 간호학과 교수였다. 임 간호사가 "내가 이모가 되어 주겠다"며 사방팔방으로 수술비 지원을 받으러 다닌 덕분에 아산사회복지재단과 한국심장재단, 함씨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옆 학교의 도움으로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13살에 불과했던 함씨는 큰 수술을 앞두고 두려웠을 법도 했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파이팅'을 외치며 수술실로 들어가는 씩씩한 소녀였다.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의 집도로 무사히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함씨는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는 꾸준히 합기도를 하면서 체력을 단련했다. 이후 본인이 받은 도움을 나누기 위해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도움을 주는 일에 힘썼다. 심장병 환자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환우회 카페에 주기적으로 들르며 질문에 꼼꼼히 답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예비신랑인 최씨와의 인연도 시작됐다고 한다.



최씨는 심비대증으로 체외산소공급기와 좌심실보조장치에 의지하며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험자로서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는 함씨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껴 밥 한 끼를 사겠다고 제안했고,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예비 신부인 함씨의 도움으로 힘든 시기를 견딘 최씨는 2년 전 가천대길병원에서 심장이식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두 사람은 1년 10개월에 걸친 연애기간 동안 상대의 건강을 살피고 병원에 함께 다니며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함씨는 연합뉴스와 "특히 여성 환자들이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며 "올해 심장이식 17년 차가 된 제가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함씨는 2021년에 장기기증 서약에도 동참한 상태다. 그는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웠던 제가 공여자의 숭고한 생명 나눔으로 기적적으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며 "저 또한 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간절함을 꿈과 희망으로 바꿔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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