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약 150일 앞두고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 연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현재 성적과 목표 대학에 따라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한 입장 차를 보이며 학원가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고난도 문항 위주로 대비해온 상위권은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변별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중하위권에선 학습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교육 시장에서 ‘자체 개발 모의고사’ 등으로 고득점을 대비해 온 상위권은 킬러 문항 배제를 납득하지 못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의대를 목표로 한다는 재수생 정 모(20) 군은 “결국 최상위권은 과목마다 한두 문제 싸움”이라며 “그걸 맞추려고 일부러 적중률 높은 문제를 제공하는 강남 학원에서 재수를 하는데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번 주 대치동 학원가 여러 곳의 입시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한 학부모도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준킬러 문항 수가 늘어날 텐데 변별력 확보가 될 지 의문”이라며 “출제 예상 동향을 파악해 대비에 적합한 학원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상당수의 중하위권 학생·학부모는 킬러 문항 배제에 따른 점수 상승을 점치며 바뀐 출제 기조를 환영하는 기색이다. 고3 수험생 이 모(19) 양은 “어차피 초고난도 문항은 애초에 버리는 문제”였다며 “실수만 안 하면 평소 성적보다 높은 대학을 노려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자녀의 현재 등급에 따라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이 천차만별”이라면서도 “어찌 됐든 성적과 관계없이 학생과 학부모들이 현재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등급을 가르는 고난도 문항이 사라지면 등급 컷이 올라가 변별력 없는 ‘물수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중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다. 중위권은 킬러 문항 유무가 원 점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변별력이 떨어지면 상대 평가에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한 수험생은 “그동안 치른 모의고사가 어렵든 안 어렵든 점수는 큰 편차가 없었다”며 “차라리 불수능이어야 상대평가에서 유리해 대학 진학이 수월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는 26일 올해 6월 모의평가와 3년 치 수능에서 출제된 킬러 문항을 분석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각 문항의 오답률이 적정했는지, 공교육 교과 과정 내에서 시간 내에 풀 수 있는 난도였는지 등을 판단해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개 이후에도 논란은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을 모양새다. 최상위권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문항이 공개된다고 해도 기준이 불명확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수험생은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데 부모로서 정말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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