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아이멕(imec) 거점을 만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뤼크 판덴호브 아이멕 최고경영자(CEO)는 6월 27일 벨기에 아이멕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판덴호브 CEO는 세계 최고 반도체 연구개발(R&D) 허브로 자리 잡은 아이멕의 1984년 설립 당시 원년 멤버 중 한 명이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아이멕 사업 모델 구축과 굵직한 설비 확장을 최종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멕의 산증인인 셈이다.
벨기에 루뱅에 있는 아이멕 본사는 약 1만 2000㎡ 이상의 반도체 R&D용 클린룸을 운영한다. 비영리 반도체 R&D 기관 중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인텔은 물론 글로벌 정보기술(IT) 회사들이 회원으로 등록만 하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 판덴호브 CEO는 루벤 아이멕 본사에 클린룸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초께 클린룸 증설 계획 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아이멕 설비는 벨기에에만 갖춰진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과 바헤닝언에는 각종 설비가 갖춰진 R&D 센터가 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올랜도, 일본 오사카와 도쿄, 대만 신추과학단지에도 사무실이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들이 있는 나라에 거점을 두고 이들과 최첨단 반도체 선행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회사를 보유했다. 그러나 아이멕 거점은 아직 없다. 한국 정부와 학계에서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사태 이후 소재·부품·장비 발전을 위한 ‘한국형 아이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으고 다양한 형태의 공용 클린룸 설치를 진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아예 아이멕의 한국 투자를 이끌어내보자는 아이디어는 공론화 사례가 드물다.
판덴호브 CEO는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아이멕을 유치할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멕은 벨기에 특유의 ‘중립성’으로 다양한 반도체 회사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발전해왔다”고 전하면서 “대기업이 주도하는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고려하면 ‘한국형 아이멕’을 구축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한국에도 아이멕 거점이 생긴다면 아이멕이 그간 갖춰온 브랜드 가치와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판덴호브 CEO는 지난해 6월 아이멕 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아이멕 클린룸을 직접 소개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는 이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상당히 친절했고 반도체 분야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아이멕과 삼성전자 간 협업할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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