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WEMIX) 재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의 모호한 자율규제가 도마에 올랐다. 닥사가 구체적인 재상장 기한을 밝히지 않으면서 상장 주체인 가상자산 거래소와 재단마저 재상장 시점을 가늠하지 못하는 ‘깜깜이’ 상태기 때문이다. 거래소 자율규제기구로서 출범한 닥사가 규제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아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닥사는 상장폐지한 가상자산의 재상장 기한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닥사는 5대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공동 출범한 자율규제기구로 가상자산 상장 및 폐지 심사에 관한 거래소 공통 가이드라인을 세워 공개한 바 있다.
닥사가 공개한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닥사의 재상장 유예 기간은 ‘일정 기간’이라고만 명시돼있다. 구체적인 기간이 닥사 내부적으로 정해져 있을뿐 비공개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재상장 기한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닥사 관계자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재상장 기한이 1년이라고 알려졌지만 닥사는 공식적으로 ‘일정 기간’이라고만 안내했을 뿐 1년이라고 밝힌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한에 맞춰 재상장 신청·심의 시점을 결정해야 하는 가상자산 재단과 거래소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는 신규 상장은 유예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지난 8일 WEMIX를 상장했지만 닥사의 제재 조치를 받게 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엔 닥사가 정한 재상장 유예 기간이나 기준이 구체적으로 공유된 적 없다”며 “닥사 상장 가이드라인에 관여한 내부 관계자들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위메이드 측도 재상장 기한을 1년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상장 관련 정보는 극비처럼 다뤄져 아는 바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고팍스의 WEMIX 상장 사실도 공지를 보고 알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닥사가 오히려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1년의 재상장 유예 기간이 기정사실처럼 업계에 통용된 지 오래지만 닥사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 가운데 국내 주요 가상자산으로 꼽히는 WEMIX 상장폐지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이 다가오면서 가상자산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고팍스의 WEMIX 상장으로 재상장 기대감이 커진 지난 8일 코인마켓캡 기준 WEMIX 가격은 1.463달러에서 2.2408달러까지 53% 가까이 치솟았다. 그러나 닥사의 재상장 기한이 1년이 아니라면 내달 8일 재상장 여부에 따라 가격이 출렁일 위험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닥사의 자율규제 실효성에 대해 비판이 일자 공통 가이드라인을 공개했지만 이마저도 업계를 또 한번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제대로 된 자율규제를 위해선 재상장 기한 등 가이드라인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