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4명 꼴인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낸다.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 대책과 같은 인위적인 비정규직의 정규화와 다르다. 현장에 만연한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저임금부터 민간 스스로 개선하는 방향이다. 동시에 정부가 강제적으로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처우를 바꾸는 차별시정제도도 내년 보완될 전망이다.
8일 고용부는 사업장 스스로 비정규직 차별을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보다 낮은 복리 후생을 받지 않도록 사업장이 점검할 수 있는 점검표로 구성됐다. 노사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임금, 정기상여금, 경영성과금, 휴가, 식대 등 그 외 근로조건에서 어떤 차별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동한 학계에서는 정부가 민간에 노사 스스로 차별을 인식할 기준과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해왔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우리 노동시장의 난제다. 비정규직 수는 약 812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7%까지 늘었다. 하지만 정부마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이 달랐다. 문 정부에서는 대표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대표되는 고용형태 변화를 추진했다. 노동계에서 환영할 방향이지만, 대책은 추진 과정과 추진 후 사업장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두 고용 형태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을 해소할 방안 없이 한 형태로 몰다 보니 예기치 못한 갈등이 생긴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명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이다.
반면 현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기업 규모, 고용 형태, 성별, 노조 유무에 따라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통한 약자 보호와 인국공 사태의 교훈인 공정성 제고로 접근해왔다. 두 대책의 공통점은 공정한 보상체계 구축이다. 정규직 임금이 100이라면 비정규직은 50~60밖에 벌지 못할 만큼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우수일터 사업장 시상식에서 “노동시장 내 과도한 격차는 청년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노동시장 활력을 저해한다, 공정 가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 고용부도 선의에 기댄 비정규직 차별 해소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일정 부분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노총도 이날 가이드라인에 대해 실효성을 우려하는 논평을 냈다.
고용부는 내년 차별시정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 제도는 근로자가 노동위원회나 고용노동지방관서를 통해 차별 시정을 요구하고 차별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부가 시정 명령을 내리는 강제적 수단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고용부 장관의 직권 시정 요구권 도입, 차별시정령 효력 확대 등 여러 개선을 거쳤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차별시정제 신청건수는 2019년 204건을 기록한 이후 2021년과 작년 각각 165건, 193건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평균 200건대에 머문다. 현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직무, 책임, 권한이 달라 차별시정제가 안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별시정제를 활용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장의 목소리다. 고용부 관계자는 “입법 논의 등을 통해 내년 차별시정제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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