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상황에 소외된 이웃을 향한 기부 금액도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올해 국내 자선단체들은 기부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올려 잡았다. 모금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기부 참여가 활발해진 덕이다. 현금 사용이 줄어든 세태에 발맞춰 QR코드나 간편결제를 통한 모금이 가능해진 건 물론이고 키우는 강아지·고양이·고슴도치 이름으로도 기부할 수 있다.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팬클럽 이름으로 온정의 손길을 베푸는 경우도 많았다.
12일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겨울철 두 달간 진행되는 희망나눔캠페인 최종 모금액은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모금액만 비교해보더라도 2021년 4045억 원에서 2023년 4494억 원으로 약 11% 증가했다. 모두 목표 금액을 훌쩍 넘은 수치다. 앞선 3년간 겨울철 모금 목표액은 3500억~4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모두 4000억 원을 가뿐히 돌파했다.
이에 사랑의열매 측은 올해 진행 중인 2024희망나눔캠페인의 목표액을 전년보다 약 8% 높은 4349억 원으로 설정했다. 캠페인이 시작된 지 약 열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목표치의 31%(약 1358억 원)를 달성했다.
연간 기부 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측에 따르면 2021년 7619억 원 수준이던 전체 모금액은 2022년 7925억 원으로 뛰었다. 매년 연말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 활동 모금액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구세군에 따르면 2020년 약 17억 원에 그쳤던 모금액은 2021년 21억 원, 2022년 23억 원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목표액은 지난해 모금액보다 약 9% 높은 25억 원이다.
팍팍해진 생활 속에서도 기부가 활발해진 건 모금 방식과 프로그램이 다변화된 영향이 크다. 구세군의 경우 최근 현금 사용이 줄어든 사회현상을 반영해 QR코드를 통한 기부금 모금, 신용카드는 물론 삼성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를 통한 온라인 모금 방식을 도입했다.
구세군 관계자는 “이전에는 사용 가능한 시스템이 한정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로 모금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확대해 해가 지날수록 온라인 모금 참여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연령대가 어릴수록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비율이 높다 보니 20·30대 등 젊은 세대에서 각종 페이(pay) 결제 등을 이용한 온라인 모금 참여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현금 대신 물품을 기부하면 판매 수익금이 모금되는 ‘기빙트리’ 프로그램이나 직장 동료나 동호회에서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스페셜자선냄비’ 등의 활동을 마련해 기부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사랑의열매 측에서는 기부 주체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반려동물이 직접 기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그 예다. ‘착한펫’ 프로그램을 통해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매월 정기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키우는 강아지·고양이·고슴도치 등 반려동물이 직접 기부를 하면 ‘착한펫’ 회원증을 받을 수 있다.
사랑의열매 측은 ‘단체 이름’으로도 기부할 수 있는 ‘나눔리더스클럽’을 만들어 팬클럽이나 취미 동아리 회원들의 가입도 독려했다. 현재 회원으로 가입된 단체는 가수 임영웅의 팬클럽인 ‘영웅시대’와 영탁의 팬클럽인 ‘영탁이 딱이야’ 등이 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한 덕에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매년 기부금이 증가 추세를 보였다”며 “모금액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투명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기부자에게 신뢰를 줘 재기부로 이어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