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은 서남아시아의 심장부에 자리한 이슬람국가다. 2억4000만명 인구를 자랑하는 이 나라는 세계 인구 순위에서 같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와 4~5위를 다투고 있다. 이 나라가 요즘 빈곤과 핵의 그림자에 짓눌리면서도 새로운 문화의 싹을 힘차게 키워가고 있다. 바로 파키스탄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흐르는 한류다.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35세 미만 젊은층은 특히 넷플릭스에 소개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한류를 만끽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 제1의 상업도시 카라치의 카르푸마켓에서 한국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가 울려 퍼지는 모습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히잡을 두른 채 장을 보는 사람들이 한국어 가사를 흥얼거리는 것을 보면 한류가 파키스탄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5월에는 파키스탄 최초로 한국식 불고기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오픈했다. 한국에서는 삼겹살 체인점이지만 이슬람국가인 까닭에 불고기로 아이템을 바꿨다. 현지인이 직접 수입 소고기로 한국식 참숯에 구워서 내놓는 불고기는 현지 입맛에 맞춘 양념, 다양한 한국 전통 반찬과 어우러져 현지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어 간판을 내걸고 BTS 음악을 매장 내에서 틀며 한국문화와 요리를 동시에 경험하게 하면서도 파키스탄 요리사를 고용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을 이끌었다.
한국문화에 대한 동경과 수용은 ‘오징어 게임’ ‘기생충’과 같은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파키스탄 내에서도 이들 작품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이는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K뷰티 브랜드의 성공적인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한 스킨케어 브랜드는 파키스탄의 높은 기온과 습도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해 현지 시장에 선보였고, 이는 현지 여성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
파키스탄 내 한류의 확산은 한국 기업에게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특히 서비스 및 프랜차이즈 분야에서의 진출 기회가 열려있음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파키스탄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양국 간의 경제 교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라치무역관은 지난해 겨울 카라치에서 한국 소비재 상품전을 개최해 열띤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한류의 열기가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그 날까지 한국 기업의 든든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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