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금(金)채소’ 시대,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자 소비자들도 값싼 야채를 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나섰다. 못난이 채소와 ‘홈파밍(Home Farming)’에 대한 수요가 느는가 하면, 구매 전 꼼꼼히 가격 비교를 하는 등 농산물 소비 행태가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요리하는 데 외관이 무슨 상관인가요. 맛만 좋으면 됐죠.”
일명 ‘못난이 과일·채소’가 각광받고 있다. 품질은 정상이나 외관상 투박한 모양을 띄는 못난이 농산물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20대 조모씨는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무를 사봤는데 일반 무와 딱히 맛 차이를 못 느꼈다”며 “앞으로도 못난이 채소를 자주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업계 최초로 못난이 사과를 선보인 NS홈쇼핑의 ‘못난이 시리즈’는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NS홈쇼핑에 따르면 못난이 시리즈의 지난해 취급액은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올 1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235% 증가했다.
롯데마트도 최근 못난이 농산물에 ‘상생채소’란 이름을 내걸어 판매하며 고객잡기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시중 대비 30%가량 저렴한 값으로 ‘상생 양배추’, ‘상생 무’ 등을 판매했다. 그 결과 4일간 판매된 상생 양배추는 전체 입고량 대비 90% 소진되며 인기를 입증했다.
“차라리 직접 키워서 먹을래요.”
‘구매’ 대신 ‘재배’를 택한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최근 SNS 등에는 집에서 직접 채소를 길러 먹는 ‘홈파밍’, ‘베란다텃밭’과 관련된 게시글이 넘쳐나고 있다. 홈파밍 아이템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3월 채소 키우기 세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어났다. 같은 기간 허브식물 씨앗은 38%, 채소 씨앗은 24%, 과일 씨앗은 22% 늘었다. 건강가전종합브랜드 교원 웰스는 올해 1∼4월 식물재배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7% 늘었다고 21일 밝혔다. 교원 웰스는 “홈파밍 중심의 상품군을 홈가드닝으로 확장한 사업 전략이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매일 아침 주식장 보는 대신, 지역 장바구니 물가 정보를 검색해요. 이른바 ‘야채 주식’이랄까요.”
연일 치솟는 채소값에 야채 구매 전 철저한 가격 비교를 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3월 소비자 제품 구매 행동 패턴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제품 구매 전 가격 비교(30.3%)를 위해 정보를 검색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김포시에 사는 1인 가구 정누리씨는 지난해부터 ‘야채 주식’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농산물유통정보 등에서 농산물 소매가격을 지역별·기간별로 검색해 가격 변동을 확인하는 것. 정씨는 “지난주 대비 가격이 낮아진 식재료들을 찾아보고 지역 로컬푸드나 동네 마트에서 해당 농산물을 구입한다”며 “자취생에겐 나름의 찬스”라고 말했다. 그는 “지인들은 뉴스에서 값이 많이 올랐다는 채소들은 잘 안먹더라”고도 말했다. 20대 김씨는 “매주 뉴스를 보며 가격이 내린 식재료는 어떤 건지 확인하고 해당 식품을 주로 구매한다”고 전했다.
채소류 등 신선식품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다음달 채소류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산물은 20.3% 올라 석달 연속 20%대 물가 상승 폭을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상순 배추 도매가격은 지난해의 40% 이상, 양배추는 2배 이상 폭등했다. 농식품부는 7일 “시설재배의 물량 수확이 시작된 4월을 시작으로 6월 이후 노지에서 본격 출하되면 대부분의 노지 채소류 가격은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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