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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돌고래가 숨을 불어넣는 인터랙티브 전시 '그린캔바스 in DDP'…디자인에 담은 초록 에너지 전한다[디자이너가 만난 디자이너]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서 10주년 기념 전시 ‘Greencanvas in DDP’오픈

관람객들과 함께 채워가는 '그린캔바스'의 역사

계속해서 디자인으로 초록 에너지 나눌 것


[디자이너가 만난 디자이너] <16>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그린캔바스 ‘윤호섭’ 디자이너 인터뷰

※편집자주

서울 종로구의 중심부, 어느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는 문득 바깥세상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특별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을 만나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보고자 합니다.

우이동 ‘그린캔바스’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윤호섭 디자이너/사진=구선아기자




북한산 자락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우이동에 심상찮은 공간이 하나 눈에 띄었다. 투명한 창을 통해 보이는 녹색 그래픽 작품들은 인근 등산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곤 했다. 티셔츠에 환경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려주는 윤호섭 디자이너가 ‘그린캔바스’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everyday eARThday’를 외치는 그의 스튜디오는 그가 제작한 다양한 작품들과 사연이 담긴 인연들의 물건으로 가득했다. 윤호섭의 상징이자 삶 그 자체인 공간 ‘그린캔바스’는 올여름 새로운 장소에서 더 많은 손님들과 만나볼 예정이다.

디자이너 윤호섭은 194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합동통신사 광고기획실에서 아트디렉터로 광고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1976년부터 대우 그룹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고 1970~80년대 사이에는 아시안게임, 88올림픽 등 각종 국제행사의 디자인 전문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90년대 이후 세계 잼버리 대회, 광주 비엔날레 등의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한편 1982년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 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학원에 ‘그린디자인 전공’을 개설하는 등 교육자의 길을 걷기도 했다. 2002년부터는 인사동 거리에서 티셔츠 퍼포먼스를 꾸준히 하며 세상에 ‘그린 디자이너’로서 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다. 7월 5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서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전시 ‘Greencanvas in DDP’를 통해 그간 그려온 녹색 도화지가 펼쳐진다.



◇작업실 이야기

Q. '그린캔바스'라는 이름의 작업실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 그린캔바스의 시작은 어땠을까요?

‘그린캔바스’라는 작업실은 신혼 때 처음으로 살림을 차린 집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쭉 이 집에서 살아왔지요.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50년 넘게 이 동네가 변해가는 역사를 지켜봤습니다. 내가 바로 산증인이나 마찬가지예요(웃음). 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지금 안채 건물이 산업유산으로 지명될 수도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예전에 우리나라는 효율만 따지던 시대였어요. 그 시대의 단편이 우리 집에서 발견된 겁니다. 내가 우리 집 천장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 다 알게 됐거든. 천장에서 나타난 건축 방법이나 재료가 참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찍어서 사람들에게 공개하기도 했어요.

그때는 없는 살림에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했던 시기였으니까. 내 집이 이렇게 엉터리로 지어졌구나 싶다가도, 그게 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잘 지나온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도 그 시간 안에서 잘 살아온 느낌이었어요.

우이동 ‘그린캔바스’ 전경/사진=구선아기자


‘그린캔바스’ 내부 모습/사진=구선아기자


Q. 긴 역사의 흐름 동안 '그린캔바스'가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우리 집 옆에 원래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이 집이 나가게 되면서 공간 확장을 생각하게 됐어요. 집과 공간을 터 인상적인 장소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죠. 일종의 갤러리 같은. 안채를 헐면서 지상 주택, 지하 주택을 만들고 오픈 스페이스를 구상해 볼까 등등. 여러 가지 궁리를 하다가 고민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데 그 과정이 지금 생각해도 참 재밌어요.

북한산이 보이는 고즈넉한 동네의 ‘그린캔바스’ 풍경 /사진=구선아기자


Q. 우이동 주민들이 ‘그린캔바스’를 보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시다고.

주민들이 ‘그린캔바스’에 있는 것들을 쓰레기로 보는 거예요. 요즘도 쓰레기 수집하는 사람이 있냐고 많이들 되물어보더라고(웃음). 이곳이 단순 폐기물 집합소가 아니라, 내가 공들여 만든 공간이라는 걸 잘 모르셔서 그런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주민들에게 이 공간의 가치를 더 잘 알리고, ‘그린캔바스’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할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바라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오해도 일종의 재밌는 관심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작업 이야기

동대문디자인플라자/사진=구선아기자


Q. 이번 여름 ‘Greencanvas in DDP’ 라는 이름의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고 계신다고요.

7월 5일부터 9월 2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Greencanvas in DDP’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열립니다. DDP가 매년 개관을 기념하며 디자이너들과 함께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10주년을 맞은 해로 디자이너 ‘윤호섭’의 이야기를 담아 전시하기로 했어요.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전시라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내가 그동안 실행해왔던 모든 작품들을 담아 한 공간에 모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이동 ‘그린캔바스’를 그대로 DDP로 옮겨 놓은 거나 마찬가지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Q.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와는 전시 인연이 또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DDP는 저에게 의미가 깊은 장소예요. 10년 전에도 DDP에서 전시를 했었거든. DDP와 딱히 남다른 관계를 맺거나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10년이 지나 또 이렇게 연이 닿아 전시를 열게 되다니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릅니다. ‘그린캔바스’는 저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 DDP에 우이동의 모든 작품들을 들고가서 더 많은 관람객들에게 펼쳐보일 수 있게 됐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내가 걸어온 모든 것들을 더 널리 선보이고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 좋겠어요.

Q. 이번 ‘Greencanvas in DDP’ 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Greencanvas in DDP’의 공식적인 오픈 날짜는 7월 5일이지만 5월 13일부터 가오픈 기간을 가집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DDP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해서 전시 공간까지 이어지는 둘레길 170m 가량의 복도에 돌고래 그림 100마리를 설치해요. 한 마리 한 마리 손수 그리는 거지요. 얘네들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제주 남방큰돌고래’거든. 얼마나 귀한 아이들이에요? 돌고래 하나 크기가 약 2m 60cm 정도나 되는데, 사람 키보다 훨씬 큽니다(웃음). 관람객들이 복도를 걸어서 메인 전시공간으로 오는 길에 헤엄치는 거대한 돌고래(그림)들을 보면서 그 의미를 직접 느껴보시면 좋겠어요. 내가 제주도에서부터 이 돌고래들을 서울로 불러들인 셈이라니까(웃음).

가오픈 기간이 재밌는 점은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해서 ‘Greencanvas in DDP’를 함께 채워간다는 거예요. 온전하지 않은 공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선보이고 그 공간들을 완전하게 채워주는 것이 바로 여러분인 거죠. 일례로 함께 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요소도 선보이려고 합니다. 내가 직접 전시공간에서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했거든. 돌고래 그리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거나 작품에 관람객들이 참여해서 숨을 불어넣어준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또 티셔츠를 들고 오시면 ‘그린캔바스’만의 그림도 그려드립니다. 관람객과 내가 대등한 관계로 같이 공간을 꾸려보는 것이 내가 구상했던 전시의 모습이에요. 그래서 전시가 계속 유동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많은 분들이 어떤 이야기로 DDP를 채워주실지 그래서 또 어떤 형태로 전시가 계속 바뀔지 매우 기대가 큽니다.

DDP 둘레길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제돌이’들/사진=구선아기자


‘테이프공’ 으로 볼링 게임에 참여하는 외국인 관람객들/사진=구선아기자


전시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에게 전시를 안내 하는 윤호섭 디자이너/사진=구선아기자


Q.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

기획 과정에서 완성도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전시는 작품을 틀에 넣거나 정리된 상태로 선보이는데 저는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최 측에 요청해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포함한 전시를 준비해 보자고 했지요. 관람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작품이 하나씩 진화하거나 철수되는 과정도 전시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내가 이제는 그만큼 힘에 부치기도 하고 기존에 잘 없는 방향의 전시라 불안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보고 싶어요. 그래야 강한 메시지가 만들어질 테니까.



Q. 학부 시절 선생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나는 원래 학교 다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다니던 대학 캠퍼스에 디자인(응용미술학과)을 전공하는 학생이 몇 없었어요. 그런데다가 성격이 상당히 소심하고 내성적이기까지 했거든. 부끄러움도 많이 타고 겁도 많았지요. 그런데 어떤 매력적인 것에 이끌리면 망설임 없이 돌진하는 면모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이 그저 좋았던 순수한 학생이었어요. 광고 분야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워가며 미국이나 일본 광고 디자인 서적을 7만 원씩 주고 구입해서 보곤 했습니다. 참고할 만한 자료라던가 정보라곤 그게 전부였던 시절 열정만큼은 참 뜨거웠네요. 지금의 ‘그린캔바스’ 는 나의 그런 극적인 모습이 담긴 상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웃음).

펩시 콜라 한글 로고 디자인(1991)


제 17회 세계 잼버리 대회 포스터(1991)/사진=구선아


Q.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문득 환경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고요.

디자인과가 흔치 않아 내가 다니던 대학 출신 디자이너가 참 귀했어요. 내가 ROTC 출신인데 제대를 일찍 하고 바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됐지. 스카우트되고 실무 투입이 빨랐어요. 어떻게 보면 특별한 주체 의식 없이 일을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시 한국이 국제적 위상이 커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 기업들이 한국에 광고를 하려고 대행사를 찾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광고 대행 업계가 급속한 성장을 하게 됐어요. 덕분에 나도 광고 디자이너로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많이 경험할 수가 있었지. 눈이 번쩍 뜨였달까.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맘속에서 싹트기 시작했어요. 어쨌든 디자이너는 상업 분야 최전선을 이끄는 직업 중 하나잖습니까. 순수 예술가와는 정말 대척점에 있는. 따지고 보면 기업 자본에 의해 움직이고 기업 자본 생산에 대해 고민하는 직업인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게 된 거지요.

1991년에 한국에서 세계 잼버리대회를 개최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내 안에 문제의식을 계속해서 품고 살도록 만들었어요. 온 세계가 폭발적 성장을 하면서 경쟁 역시 치열하던 시기였거든요. 디자인도 마찬가지였고. 뜨거웠던 만큼 깊은 그림자 속 방치되고 있는 다른 가치들을 위해 내가 힘 쓰기로 마음먹은 거예요.

우이동 그린캔바스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사진=구선아기자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 표지 디자인(2001)


‘Greencanvas in DDP’ 전시 포스터를 보여주는 윤호섭 디자이너(우이동)/사진=구선아기자


‘동, 식물 사람 얼굴’ 포스터


Q. 광고 디자이너로서 남긴 작품들과 그 이후 시점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스타일적으로 비슷한 듯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따라 의도적으로 연구를 하신 건지요.

‘그린캔바스’의 작업들은 광고디자인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광고 시각물은 가급적 디지털로 제작하는 사진이나 다양한 그래픽 요소,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해 디자인했습니다. 지금은 주제가 완전히 달라졌으니까. 그런 스타일들을 지양하기 시작했지요. 내 포스터 작품들만 봐도 내 손끝에서 나온 자연적인 터치들이 느껴지잖습니까(웃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다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것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옮겨오려고 애씁니다.

Q. 날이 갈수록 대중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과거 대학에서 환경과 관련된 전공을 개설하고 관련 강의를 진행하셨던 걸로 아는데요. 요즘은 비슷한 성격의 강의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이해가 됩니다. 이제는 교육기관에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고려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일이 돼버렸어요. 환경은 모든 커리큘럼의 기본 정신이니까요. 의식주를 넘어선 우리네 삶 곳곳에 당연히 녹아 있어야 하지요. 콕 집어서 ‘환경’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영 말이 안 되는 일이더라고. 그래서 모든 과목 앞에 (그린)이라는 말이 숨어있다고 생각해요 나는(웃음).

스테들러에서 특별히 제작한 ‘everyday earthday’ 연필/사진=구선아기자


‘everyday earthday’ 친환경 지우개/사진=구선아기자


Q. 독일 유명 학용품 브랜드 스테들러에서 선생님을 위한 특별한 굿즈를 제작했다고요.

네. 어느 날 스테들러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린캔바스'를 위한 특별한 굿즈를 제작하겠다고요. 제작 과정이나 방법, 재료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제작자의 세심함이 느껴지더군요. 어린이들 대상으로 워크숍을 할 때, 면 티셔츠에 ‘그린캔바스’ 이미지를 그려주고 스테들러에서 만든 특별한 선물들을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일종의 ‘증표’처럼요(웃음). 특히 단종된 제품이라 그만큼 의미가 깊어요. ’노리스 에코’라는 이름의 연필인데 나무를 잘라 부분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전체를 갈아 만든 펄프를 사용해 재료 효율성을 두 배로 올린 제품이라고 합니다. 연필을 만드는 데 일반적으로 나무의 30~40%만을 사용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70~80%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친환경적이고 재료를 절약하는 데 큰 의미가 있는 제품이지요. 아이들이 무척 기뻐했어요. 아직도 그 미소가 생생합니다. 스테들러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기억을 선물해 준 셈이에요.

녹색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은 티셔츠와 옷들(우이동)/사진=구선아기자


학생이 보내온 ‘나무를 심은 사람’ 필사/사진=구선아기자


DDP 전시에 참여한 관람객들 작품/사진=구선아기자


Q. 선생님께서 이렇게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가실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대중들에게 그동안 표현해왔고 지금 혹은 앞으로 끊임없이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들이 ‘나’만의 역사더라고요. 그 지속적인 흐름의 단면 곳곳에 내가 살아있는 거더라고 보니까. 그동안 ‘그린캔바스’도 계속 진화해왔고요. 그런데 이게 나 혼자 역사를 만들어온 게 아니에요. 그곳에는 ‘나’도 있지만 동참해 준 분들도 같이 존재하는 거지요. 메시지를 전하고 그분들로부터 더 의미 깊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함께 걸어온 자취가 내 안에 그리고 ‘그린캔바스’에 아주 진하게 녹아들었어요. 이 과정들이 끊임없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고 그게 원동력이 돼 계속해서 힘닿는 데까지 더 많은 분들과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변환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게는 일종의 퍼즐로 보여요. 내가 이제껏 관람객들과 함께 일궈온 것들이. 퍼즐은 서로 맞추는 거잖아요? 그린캔바스의 작품들이 퍼즐처럼 서로 조금씩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인 게지요. 각자 하나의 퍼즐로서 그 역할을 잘 하고 있고 이 퍼즐들이 다 맞춰졌을 때 더 큰 개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그린캔바스 in DDP’에 오셔서 전시를 보신다면 제가 말씀드린 그 과정들을 전부 한눈에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의 이야기



Q. 그린캔바스 in DDP 이후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디자이너로서 고민하고 계시는 미래는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사실 지금도 엄청난 상상 속에 빠져 살고 있는데 덕분에 미래에 무얼 할지 고민하는 게 퍽 자연스럽지요. 그렇지만 또 계획이라고 말씀드릴만한 구체적인 것은 없습니다. 사실 ‘계획’은 잘 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내가. 그저 머릿속에서 마인드맵처럼 두루뭉술하게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정도로 상상하는 것이지요.

아직 이 전시 외에 다른 생각을 해보진 않았어요. 온 마음이 지금 DDP에 있거든요. 앞으로 내가 이 정도 규모의 전시 또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는 일이고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린캔바스에서 영감을 받고 돌아가서 주변에 널리 초록 에너지를 나눠주니까. 아 저런 식으로도 내 메시지가 전달되는구나를 배우고 있지. 이런 형태의 전시는 전 세계 어딜 가도 없을 거예요(웃음).

내가 앞으로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사람들 마음을 편안하고 기쁘게 해줄 뭔가를 이미지나 메시지로 디자인해서 끊임없이 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지. 내 마음이 계속 초록으로 변하게 돼. 사람들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욕심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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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선아 기자 디자인팀 schatzs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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