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마약 동아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일부 대학에서도 단체 공지·교육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단속 사각지대인 동아리에서 해당 범행이 이뤄진 만큼, 예방책 마련에도 한계가 있어 대학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6일 인하대는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최근 수백 명 규모의 대학별 연합동아리를 통해 마약을 투약·유통한 대학생들이 검찰에 적발됐다”면서 “단순 가담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학생 여러분의 주의를 당부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인하대 측은 “확인 결과 인하대 학생이 연루되지 않았으나 주의를 당부하는 차원에서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회원 수가 300여 명으로 전국 2위에 달하는 A 연합 동아리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대학가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캠퍼스픽 운영사 비누랩스 측은 모방범죄를 막기 위해 해당 동아리 모집글 1000여 건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2021년 A 동아리가 생겨난 이래 약 3년간 운영진 측이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활발하게 동아리원 모집을 진행했다는 의미다.
일부 대학들은 부랴부랴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고려대는 다음달 중으로 성북경찰서와 함께 마약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외대는 총학생회·동아리연합회 등 학생대표단을 대상으로 다음주 초 캠페인을 진행하고, 동국대는 중구보건소·약사회 등 유관기관과의 마약 예방 교육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학교 측은 이번 사건의 주요 경로가 동아리였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A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마약을 유통·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회장 B 씨는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외제차·고급 호텔 VIP 보유’ 등을 내세워 학생들을 모았고, 이 중 동아리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마약 복용을 권유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A 동아리처럼) 자발적으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만든 연합 동아리가 많다 보니 일일이 활동을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A 동아리의 주요 홍보 창구로 쓰인 대학 커뮤니티는 연합동아리 가입·활동 주의사항을 배포하고 있다. 에브리타임은 언론 보도 이후 ‘모임 내 불법 행위 등 각종 피해 예방 안내’ 등 공지를 걸어두고 △고급 리조트·수입차 등 큰 혜택을 강조하는 동아리를 조심할 것 △운영진이 명확한 모임을 찾을 것 △특정 상업 시설·장소에서의 반복적인 활동을 주의할 것 등의 내용을 안내 중이다. 다만 연합동아리 모집·운영에 대한 강제성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동아리 활동 자체에 대한 제재보다는 마약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대학을 위한 마약 및 중독예방센터(DAPCOC·답콕)가 실시한 ‘2024 대학생 마약사용 인식 및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77%가 마약 복용 이유로 ‘마약을 접할 기회의 증가’를 꼽은 반면, 마약의 위험을 알리는 광고를 접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이에 못 미쳤다. 김도현 답콕 마약예방교육팀 주임은 “대학교 교양 커리큘럼에 마약 예방 교육이 없어 대학생들도 마약의 위험성과 법적 처벌에 대한 상세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마약 예방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마약을 덜 꺼리게 된 게 문제"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효과적인 연구와 대응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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