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KB국민은행이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제휴에 합의했다. 금융 당국 심사를 거쳐 제휴 은행 변경 신고가 최종 수리되면 빗썸 이용자들은 다음 달 말부터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 원화를 입출금하게 된다. 케이뱅크로 제휴 은행을 교체한 업비트에 내줬던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빗썸은 국민은행과의 실명 계좌 제휴에 합의하고 금융 당국에 제휴 은행 변경 신고를 마쳤다. 2018년부터 NH농협은행과 맺어왔던 실명 계좌 제휴를 국민은행으로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빗썸은 올 3월에도 국민은행과의 계약을 추진하다 무산돼 기존 제휴 은행인 농협은행과 6개월 재계약했다. 하지만 9월 NH농협은행과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국민은행과 다시 협상을 진행하면서 계약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다. 일각에서는 빗썸과 NH농협은행이 최근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재계약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제휴 은행을 바꾸기로 했다.
빗썸이 ‘은행 갈아타기’에 나선 것은 고객 다변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20~40세대가 가상자산 이용자 주축인 상황에서 고령층 선호도가 높은 NH농협은행과 제휴를 이어갈 경우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2023년 하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자는 30대가 29.3%(189만 명)로 가장 많다. 이어 40대 28.9%(186만 명), 20대 이하 18.2%(118만 명) 순으로 20~40대 비중이 약 80%에 육박한다. 특히 빗썸은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몸집 불리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업계는 제휴 은행이 어디냐에 따라 순위가 출렁일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아왔다. 실제 업계 2위였던 업비트는 2020년 제휴 은행을 IBK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교체하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선 뒤 현재까지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통계 사이트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업비트의 국내 거래소 점유율은 61%로 빗썸(34%)의 약 2배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들과 달리 제휴 가상자산거래소를 확보하지 못했던 국민은행 입장에서도 젊은 고객을 새로 유치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 고객 중 상당수가 2030세대인 만큼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득이 될 수 있다”며 “은행 애플리케이션 활성화와 비이자 수익 확대 역시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 사의 계약 합의는 이뤄졌지만 금융 당국이 빗썸의 제휴 은행 변경을 허락할지는 미지수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제휴 은행 계약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고 금융감독원이 자금 세탁 방지 등 측면에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후 FIU가 최종적으로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올 초 진행됐던 논의가 무산된 것도 금융 당국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개별 심사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빗썸 관계자는 “실무상 제휴 은행 변경 여부 검토는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사안”이라며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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