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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과거 반성"…관료들은 야스쿠니 봉납·참배

패전기념일 日 '과거 인식' 상반된 모습

내달 퇴임 기시다, 가해·반성 언급 안해

자민 잠룡들 야스쿠니 참배·우경화 우려

일본 패전일인 15일 나루히토(왼쪽 사진 왼쪽)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식사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의 뜻을 전했다. 반면 일부 현직 각료와 국회의원들은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패전일인 15일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의 과거 아시아 국가에 대한 가해 사실이나 반성에 대한 언급 없이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지난해 표현을 되풀이했다. 기시다 총리가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가운데 기시다 총리의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로 ‘포스트 기시다’ 후보군에 오른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신사를 참배하고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이 결연한 맹세를 세대를 넘어 계승·관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 이후 3년간 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일본의 가해 사실이나 반성을 전혀 말하지 않은 채 다음 달 총리직을 끝내게 됐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이웃 나라가 겪은 피해를 언급하고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나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한 뒤 이런 관행이 끊겼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식사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패전일인 15일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든 한 남성이 참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기시다 총리는 패전일에 맞춰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같은 해 10월과 2022년 4·8·10월, 2023년 4·8·10월, 올해 4월에 각각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지만 직접 참배는 하지 않았다. 현직 각료 중에는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등이 직접 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20년부터 5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과 함께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신사를 방문해 참배했다. 올해 들어 자민당 지지율이 10% 후반~20%대로 저조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그간 자민당 지지층의 내각 지지율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온 만큼 주요 후보들은 보수 ‘집토끼’를 잡기 위해 우경화 행보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와 관련해 “(각료들이) 사인 입장에서 참배한 것으로 이해하며 정부의 견해를 말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인식한다”며 “일본으로서는 중국·한국 등과 관계를 강화할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양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서 파트너로서 협력해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한일 관계를 더욱 견고하고 폭넓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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