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둔화 우려로 삼성전자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빚투(빚내서 투자)'는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는 9236억원으로, 지난달 2일 6180억원 대비 49.4% 늘었다. 지난 4일에는 9243억원으로 집계되며 지난 2021년 8월 24일(9356억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예상할 때 신용잔고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7월 11일 고점(8만8800원)을 찍은 뒤 30% 이상 빠지면서 ‘5만전자’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이달 7일까지 삼성전자만 9조591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같은 기간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8조156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내 주식은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는 의미다.
신용융자잔고 증가는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하락 우려를 반영하더라도 현재의 주가 하락 폭이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저가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초 14조원대였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가 10조원대로 부진했고, 외국계 증권사가 ‘반도체의 겨울’을 언급하는 등 악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 약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날 발표된 3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9조원, 9조1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개인들의 빚투가 당장 성과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이미 악재를 반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입으로 인한 실적 서프라이즈, 3분기는 인센티브 충당으로 인한 실적 쇼크가 나타나는 등 일회성 비용에 따른 분기별 실적 변동성이 크다”며 “4분기부터 일회성 요인으로 인한 실적 영향이 낮아지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실적에 대해 사과하며 재도약 계기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채 연구원은 “정확한 사업 진행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시장 소통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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