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이달 10일 순직해병 특검이 이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 약 9일 만이다.
19일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소재 이 전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1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차 주포'인 이정필 씨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8100만 원을 수수하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휴대전화는 순직해병 특검팀이 압수수색을 진행할 당시 압수당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 전 대표가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뒤 마련한 새 기기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특검은 "다음주 월요일 10시에 소환하는 내용의 소환통지서를 압수 현장에서 이 전 대표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조성옥 전 회장의 아들인 조원일 씨를 홍성교도소에서 서울남부구치소로 이감 요청을 하며 이 씨와의 관계를 밝혀낼 방침이다. 조 씨는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5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당시 조 씨가 2심 판결 후 상고한 뒤 서울구치소에 임시로 머무르는 동안 이 전 대표가 조 씨를 위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전 대표는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인 각종 의혹 곳곳에 얽혀 있는 '키맨'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김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5월 14일 해병대 예비역 단체대화방 ‘멋쟁해병’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틀 뒤인 5월 16일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면담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삼부토건 임원들이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하면서 주가 폭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삼부토건은 실제 해외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해외 기업들과 형식적인 업무협약(MOU)을 반복적으로 체결해 사업이 임박한 것처럼 주가를 부상시켰다. 삼부토건의 주가는 2023년 5월 10일 1038원에서 5월 22일 1496원까지 상승했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 사업 논의를 진행한 직후인 7월 17일에는 최고가인 5010원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 전 대표 본인 및 차명계좌 200여 개를 조사하며 이 전 대표와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의 실체를 집중 추적했다. 그러나 부당이득이 이 전 대표 측으로 흘러들어 갔는지, 김 여사와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지 파악되지 않아 고발되지 않았다. 이후 서울남부지검이 금감원에 추가 수사를 지휘했으며, 지난달 출범한 김건희 특검이 사건을 넘겨받았다.
김건희 특검뿐만 아니라 순직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도 이 전 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멋쟁해병' 카카오톡 대화방 멤버인 이 전 대표는 채 해병 사망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힘을 썼던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전 대표가 해당 대화방에 참여한 다른 멤버에게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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