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복제논문'에 여론 악화…철회로 급한불 꺼

여야 원내지도부 만나 의견 청취

전교조 등 與지지층 반발에 부담

與도 '최소한 성의 보여야' 판단

野 "갑질 강선우 비호 안돼" 반발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참모진과 티타임 중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대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정 운영 초반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가에서는 그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 후보자 등 2명의 장관 임명을 모두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과 그대로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 둘 중에 하나만 낙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팽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비위 사실과 시중 여론 등을 두루 종합해 일단 이 후보자의 임명을 거둬들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얘기를 듣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른바 ‘무자격 장관 후보자’들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송 비대위원장은 강 후보자와 이 후보자 등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정확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이 후보자의 경우 논문 표절 의혹, 자녀 조기 유학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교육부 장관에 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지명 철회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범학계 국민 검증단(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주요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논문이 아니라 복제물 수준”이라며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해야 하고 대통령실은 즉각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주요 논문에 대해 1대 1 원문 대조 방식으로 수작업 정밀 검증을 실시한 결과 ‘복붙(복사·붙여넣기) 수준’의 심각한 구조적 유사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증단은 그러면서 “학문을 모독하고 연구 윤리를 위반한 자가 교육행정을 총괄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 철회에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인사청문회를 통해 수렴된 여러 사안을 바탕으로 결정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며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잡기가 아닌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나머지 장관들의 임명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최고위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임명 철회를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있다. 강 후보자와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모두 낙마시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전교조 등 확고한 민주당 지지층에서 반발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움직임을 항상 존중한다는 게 이재명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정 동력이 많이 약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 수순으로 가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뜻 모를 갑질과 반복된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농락한 강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건 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며, 국민 눈높이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먼 측근 보호형 인사 농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가능성, 그대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가 기한 내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로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이 기한에도 채택되지 않으면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국회에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채택돼 이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한 경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법무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행정안전부 장관 등 6명이고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포함하면 7개 부처 인사가 완료됐다. 청문회를 시작하지 않은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해도 9명의 후보자의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재송부 요청으로 국회에 논의 시간을 다시 주고 강 후보자에 대한 여론 추이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