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원도 인제스피디움(3.908km)에서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Lamborghini Super Trofeo Asia, LSTA) 4라운드가 펼쳐졌다.
이런 가운데 피터(Peter Zhicong Li)와 함께 람보르기니 분당 바이 레이스그래프 소속으로 프로(Pro) 클래스에 출전한 출전한 이정우는 레이스 1과 레이스 2 모두 3위에 올랐다. 이로써 LSTA 연속 포디엄 기록을 여섯 경기로 늘린 이정우는 다시 한 번 ‘프로 클래스’에서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홈 서킷, 인제스피디움에서 두 경기 연속 포디엄에 오른 이정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Q 먼저 이번 LSTA 4라운드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이 궁금하다.
이정우(이하 이): 내심 바랬던 성적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람보르기니 분당 바이 레이스그래프, 그리고 팀 메이트인 피터 선수와 함께 ‘전체적인 경기력’ 그리고 페이스 등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레이스 1에서는 우리가 바랬던 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쉬웠고, 오늘도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좋은 레이스’를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팀 경쟁력’ 부분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낸 경기라 생각한다.
사실 나와 피터 선수는 각각 성향, 그리고 주행 스타일 및 강점 등에서 상반된 스타일을 갖췄는데 이런 상황에서 ‘좋은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3라운드에서 살짝 틀어진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조율을 마친 기분이다.
Q 레이스 2는 시작부터 무척 공격적이었다.
이: 먼저 많은 분들이 예선 2에서 6위에 그친 것을 걱정하셨는데 사실 레이스 1의 우천 상황을 대비해 다른 선수들과 달리 ‘중고 타이어’를 쓰며 낸 기록인 만큼 ‘페이스’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스 2는 스타트 경쟁에서 순위를 끌어 올리고 이후 순위를 지키며 레이스를 운영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그리고 브랜든 리츠 선수와 조나단 체코토가 경기 초반 ‘경쟁’을 하며 타이어 부담을 키울 것까지 기대했고, 그대로 흘러갔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장시간의 풀 코스 옐로(FCY)와 세이프티카 상황이 이어졌다. 그로 인해 전략이 일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고, 레이스 역시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이틀 연속 이런 모습은 레이스 전반에 좋지 않은 것 같다.
Q 당초 계획보다 LSTA 출전 빈도가 늘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 LSTA 자체 일정만 본다면 말레이시아 세팡에서 열릴 5라운드, 이탈리아 미사노에서 열릴 6라운드가 남았다. 그러나 5라운드의 경우 슈퍼레이스와 일정이 겹치는 만큼 불참할 예정이고 6라운드는 사실 ‘출전을 고려하지 않았던 일정’인 만큼 미정이다.
사실 올 해 LSTA를 출전할 때에는 4라운드, 즉 인제에서만 출전을 준비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뛰게 된 상황이다. 일단 피터 선수가 6라운드를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피터 선수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사실 5라운드 때문에 ‘다른 파트너를 알아보라’고 했는데 “너보다 더 빠르고, 매니지먼트도 잘해주는 파트너가 없을 것 같다”며 5라운드는 혼자 달리겠다고 이야기해줬다.
Q 올 시즌은 슈퍼레이스와 슈퍼 다이큐에 이어 LSTA까지 세 대회에 출전했다. 그 소감이 궁금하다.
이: 정말 행복하다. 내 스스로 원하는 삶이었고, 어릴 적부터 ‘해외 무대’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그런 삶을 살고 또 ‘레이스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모든 선수가 F1를 꿈꾸며 성장하고 도전을 이어왔겠지만 ‘레이스 커리어’가 F1 만이 있는 게 아니다. 국내 슈퍼레이스와 일본의 슈퍼 다이큐 시리즈 등에서 경쟁을 하고 또 성장을 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슈퍼레이스는 특유의 경쟁 및 어택 능력을, 슈퍼 다이큐 시리즈에서는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이르는 레이스 등에 참여하며 ‘매니지먼트’ 및 전략 수립과 운영 등의 발전시킨 덕에 LSTA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F3 출신의 피터 선수와 확실한 역할 분담, 그리고 ‘전략’을 수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것 같다. 피터 선수가 어택을 담당, 내가 매니지먼트와 전략 운영 등을 담당하며 올 시즌 여섯 경기 연속 포디엄을 이뤄낸 것 같다.
Q 올해 LSTA에서 새롭게 배우고 얻은 게 있을까?
이: 가장 크게 느낀 게 ‘배틀 상황’인 것 같다. 사실 유럽에서 온 프로 클래스 선수들은 정말 과격할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이다. 실제 배틀 상황에서 트랙 밖으로 밀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압박이 상당하다.
그런데 막상 배틀을 해보면 그렇게 강경하게 압박을 하더라도 언제나 ‘상대를 위한 한 대 분의 공간’을 확보해준다. 즉, ‘강렬하지만 이성적인 주행’인 셈이다. 이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또 내 것으로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더불어 ‘슈퍼 다이큐 시리즈’와 같이 하나의 레이스카를 여럿이 타는 그 자체가 선수 개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각 선수에 따른 특성, 그리고 ‘함께 타는 레이스 운영’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LSTA는 물론 슈퍼 다이큐 시리즈를 출전하면 할 수록 FIA WEC 등을 비롯해 ‘극한의 내구 레이스’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정교하고 섬세한 작업을 하고, 이를 이거가는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Q 세 대회에서 완전히 다른 레이스카를 탄다. 어려움은 없는가?
이: 알고 있겠지만 바로 다음주에는 오토 폴리스에서 슈퍼 다이큐 시리즈 5라운드가 있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시드니에서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 2의 특징에 적응을 마치고 나니 바로 슈퍼레이스에서 스톡카를 타고, 다시 일본에서 현대 엘란트라 N TCR를 타려니까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레이스카에 따른 특성이나 주법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상태다. 지금은 별 아무런 느낌 없이 3랩 정도 주행을 하면 해당 레이스카에 대한 감각이 올라온다. 이런 부분까지도 스스로의 성장이라 생각한다.
Q GT3에 가까운 고출력 레이스카를 경험했다. 상위 카테고리 욕심이 날 것 같다.
이: 사실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 2를 타게 될 때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 2는 그 자체로도 워낙 고출력 레이스카고, 사실 상 공기역학 부분을 제외한다면 FIA GT3 레이스카 규격에 가장 가까운 원 메이크 레이스카였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을 기준으로 본다면 GT3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커진 상황이다.
Q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성, 계획 등이 궁금하다.
이: 일단 LSTA의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방점’까지 깔끔하게 찍고 싶다. 그리고 슈퍼 다이큐 시리즈의 경우 ST-TCR 클래스 시리즈 리더로 오른 만큼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2연패를 달성하고 싶다.
그리고 슈퍼레이스가 중요하다. 슈퍼레이스는 이제 4라운드를 치른 만큼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고,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남은 경기 전력을 다해 더 좋은 모습,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현재 목표는 시리즈 3위 내 진입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슈퍼 다이큐 시리즈를 함께 하고 있는 와이마라마 레이싱이 ‘상위 클래스’ 또는 ‘상위 카테고리’ 도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슈퍼 다이큐 시리즈 내에서 ST-X(GT3) 클래스 출전이나 슈퍼 GT 출전도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파나텍 GT 월드 챌린지 아시아 등 여러 아이디어, 그리고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오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팀의 승리’ 그리고 챔피언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이: 먼저 람보르기니 분당과 레이스그래프의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이정우라는 선수를 믿고 기회를 주신 덕분에 이렇게 LSTA라는 대회를 경험하고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여기에 레이스 전반에 걸쳐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신 점 역시 감사하다.
그리고 이렇게 무더운 여름, 또 비도 많이 오는 이 시점에 멀리 인제스피디움까지 오셔서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도 감사하다. 이번에 정신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드린 것 같은데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슈퍼레이스에서는 더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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