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본격 사용되기 시작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절기상 연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로 10분만 걸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점심시간을 앞둔 식당 앞에는 소비쿠폰 사용 가능 여부를 묻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에 맞춰 상점 앞에도 ‘소비쿠폰 사용 가능’ 스티커가 하나둘 붙기 시작했다.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21일 시작됐다. 온라인으로 신청한 소비쿠폰은 하루 뒤 입금돼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급 시 신청한 카드를 소비쿠폰 대상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자동으로 쿠폰 금액이 먼저 차감되는 방식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신청 첫날 하루 동안 총 697만명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신청했다. 이는 전체 지급 대상자의 13.8%에 달하는 수치로, 지급된 금액만 총 1조2722억원에 달한다.
신청 첫날 모바일로 소비쿠폰을 신청했다는 30대 이모씨는 “지급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소비쿠폰이) 일상에서 필요한 걸 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종각역 인근에서 만난 60대 김모씨도 “그동안 제대로 못 먹은 굴비나 소고기를 살 것 같다”며 “소비쿠폰 사용 유효기간도 충분해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이날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도움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쓰인다는 점을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받았으니 좋은 마음으로 쓰겠다” 등 이번 정책에 대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정오 인사동에 있는 한 편의점은 소비쿠폰을 활용해 구매하는 ‘첫 손님’을 맞았다. 사실상 사용이 가능한 첫 날이라는 점에서 이용자가 아직 많지 않았지만, 상인들의 기대는 높았다. 오랜 경기 침체에 시달린 탓에 소비쿠폰이 소비 회복의 작은 불씨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50대 남모씨는 “아직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손님이 드물지만 조만간 많아질 것”이라며 "소비쿠폰 사용도 시작됐으니 조만간 매출이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60대 박모씨는 과거 '코로나재난지원금정책' 시기를 떠올리며 "그때도 지원금 덕분에 장사가 그나마 괜찮았다"며 "일주일 이상 지나면 손님이 많이 오실 것 같다"고 기대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전날 담화문을 내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이 진정한 민생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소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작은 소비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희망이자 버팀목이 된다”며 소상공인 중심의 소비쿠폰 사용을 당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채무, 세금 부담 등으로 소비쿠폰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번 정책이 국가채무를 확대해 재정건전성을 해칠 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키오스크 등 무인 주문 시스템을 운영하는 매장들에선 쿠폰 결제가 안 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21일부터 오는 9월12일 오후 6시까지 약 8주간 소비쿠폰 1차 신청을 받는다. 사용 기한은 11월 30일까지다.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에게는 10만원이 추가 지급되는 2차 쿠폰도 9월 22일부터 시작된다. 기한 내 미사용분은 자동 소멸된다.
신청 첫 주(21~25일)에는 출생 연도 끝자리 5부제가 적용된다. 신청 첫날이었던 전날(21일)에는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및 일부 카드사 앱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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