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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의 심정으로"…자필로 남긴 DJ 민주화 염원

◆ '김대중 망명일기' 출간

첫 망명때 일기 6권 50년만에 공개

1972년8월~1973년 5월 223편 수록

박정희 계엄 선포 후 심정 기록도

"민족 운명 건 지도자의 증언" 평가

김언호 대표 "현대 민주주의 운동사 걸작

22일 '김대중 망명일기' 출간 간담회에서 박명림(왼쪽) 김대중도서관장과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출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망명일기' 출간 기자간담회에 망명 일기의 배경이 된 김 전 대통령이 쓴 여섯 권의 수첩과 신간 서적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께 김홍걸 김대중·이희호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서재에서 유품을 정리하던 중 쇼핑백에 담긴 서류 뭉치 속에서 낡은 수첩 6권을 발견했다. 가로 8㎝, 세로 16㎝가량 되는 손바닥만 한 수첩을 펼쳐보니 김 전 대통령이 자필로 빼곡히 적은 일기였다. 1972년 유신 선포 직전부터 1973년까지 김 전 대통령이 첫 망명 시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써 내려간 일기가 약 50년 만에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과 한길사는 약 1년에 걸친 판독 작업 끝에 6권의 일기를 ‘김대중 망명일기’로 출간하고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박명림 김대중도서관장(연세대 교수)은 “일기를 받아 든 순간 직감적으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가 떠올랐다”며 “자신의 삶을 민족 공동체 전체의 운명과 결부시키고 이를 온몸으로 감당하려 한 지도자가 남긴 시대의 증언”이라고 출간 의의를 설명했다.

책에는 1972년 8월 3일부터 1973년 5월 11일까지 총 223편의 일기가 수록돼 있다. 1973년 8월 8일 일본 도쿄에서 김 전 대통령이 납치되기 전까지 일기가 계속됐을 것으로 보이며 두 권 분량의 일기가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일기를 대부분 한자로 기록했으며 중간중간 일본어와 고어(古語)도 많이 사용해 여러 전문가들이 판독에 참여했다.



“나는 이 일기를 단장(斷腸)의 심정으로 쓴다. 그것은 오늘로 우리 조국의 민주주의가 형해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1972년 10월 17일)”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 우연히 일본에 머물러 있다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김 전 대통령이 쓴 일기의 한 구절이다. 1971년 김대중 후보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대선에 출마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에게 아깝게 패했고 이후 의문의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치료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계엄 선포 다음날부터 김 전 대통령은 예측할 수 없는 망명 생활을 각오하며 본격적으로 고국의 자유 회복을 위한 활동에 들어간다. 일기에는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언론계·정계·학계의 유력 인사들과 접촉하며 펼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여론 형성, 네트워크 구축, 강연 활동 등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박 관장은 “‘김대중 망명일기’는 그간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특정 시기를 메워주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크다”고 강조했다.

일기에는 불확실한 미래와 가족에 대한 걱정 등과 같은 복잡한 감정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김 전 대통령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신에게 간절한 기도를 자주 올렸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격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일기는 매우 ‘드라이하게’ 기술돼 있어 김 전 대통령의 이성적인 사태 인식과 진실에 대한 기록을 보여준다”면서도 “기도문이나 잠언과 같은 문구에서는 조국과 민족에 바치는 타오르는 격정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이어 “‘김대중 망명일기’는 현대 민주주의 운동사에서 김 전 대통령과 민족이 손잡고 만들어낸 걸작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홍걸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은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며 “대통령 재임 중에 그날그날 해야 할 일과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을 적은 국정 노트 30권이 보관돼 있다”고 소개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추후 ‘국정일기’ 출간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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