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자녀 입시 비리 및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83만여 명에 대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입시 비리와 차명 주식 투자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았던 조 전 대표의 부인 정경심 씨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 횡령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윤미향 전 의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으로 징역 10개월형을 언도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범여권 정치인들도 사면됐다. 야권에서는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실형을 살던 정찬민·홍문종 전 의원 등이 형벌을 면제받았다.
새 정부 집권 첫해에 대통령의 정치인 특별사면 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조 전 대표는 약 5년간이나 재판을 끌다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는데 절반도 채우지 않고 약 8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윤 전 의원도 확정판결까지 약 4년이나 걸린 탓에 국회의원 임기를 다 채운 후에야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는데 이번에 사면까지 받았다. 이러니 사법 정의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 전 대표 등에 대한 ‘정치적 보은’ 성격의 면죄부도 문제이지만 야당에서 광복절 특사를 요청했다가 철회한 인사들까지 굳이 사면시킨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크게 벗어난 일탈로 볼 수 있다. 이러고도 정부와 여당이 검찰·사법 개혁을 떳떳이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인 사면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범여권을 결집하기 위한 결단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범여권 내 진보 단체들조차 비판할 정도로 국론이 쪼개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4~8일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전주 대비 6.8%포인트 하락한 56.5%를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치다. 이제라도 강경 지지층만 바라보는 무리수를 멈추고 중도·실용 노선으로 국민을 통합시켜야 국정 동력을 살릴 수 있다. 사면받은 정치인들도 “대통령의 사면권은 부패와 비리를 덮어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한 진보 시민단체의 지적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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