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음 수가 1만보에 못 미쳐도 더 빨리 걸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대 이매뉴얼 스타마타키스 교수팀은 11일 유럽 예방심장학 저널(EJPC)에서 고혈압 환자 3만6000여명에 대해 하루 걸음 수 및 속도와 심혈관 질환 위험 간 관계를 7.8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3~2015년 사이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손목 착용 기기를 통해 하루 걸음 수와 속도를 측정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 걸음 수가 늘어날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떨어졌다. 일일 2344보 이상 걸을 때 걸음 수가 최대 1만보까지 1000보 늘어날 때마다 고혈압 환자의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은 16.5% 떨어졌다. 심부전,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도는 각각 21.6%, 14.8%, 24.0% 낮아졌다.
걸음 수가 1만보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매일 꾸준히 빠른 걸음을 걸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감소하는 걸로 나타났다.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루 걸음 수와 심혈관 질환 간 용량-반응 관계를 입증한 첫 연구 중 하나”라며 “고혈압이 있는 경우 하루 1만보가 안 돼도 더 빠르게 많이 걸으면 심혈관 사건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 세계 약 12억8000만명이 가진 고혈압은 주요 심혈관 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고혈압이 심부전 위험을 77~89%, 뇌졸중 위험을 62%,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49% 높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연구팀은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걷기·자전거 타기·수영 같은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주 5~7일, 하루 최소 30분씩 하도록 장려하지만, MACE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체활동을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이 연구는 하루 걸음 수가 널리 권장되는 하루 1만보보다 적더라도 신체 활동량을 늘리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며 “의사들은 고혈압 환자에게 신체활동을 표준치료로 장려해야 하고, 더 높은 강도의 걷기를 권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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