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 카지노 시장의 ‘삼국지’(롯데관광개발·파라다이스·GKL) 판도가 3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뒤바뀌고 있다. 신흥 강자인 롯데관광개발이 1년 3개월 만에 전통의 왕 파라다이스를 꺾고 영업이익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다만 롯데는 막대한 이자 부담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어 성장이 정체된 파라다이스와 왕좌를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11일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3분기 매출 1094억 원, 영업이익 173억 원을 발표하며 국내 증시에 상장된 K카지노 빅3의 3분기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롯데관광개발(529억 원)이 사상 최대 기록을 올리며 파라다이스(395억 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롯데관광개발이 2024년 2분기 파라다이스를 근소하게 제친 이후 1년 3개월(5분기) 만이다.
롯데관광개발의 이번 실적은 조(兆) 단위 복합리조트(IR) 투자라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막대한 금융비용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관광개발의 3분기 금융비용은 424억 원으로 이자 비용 등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64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꺾이면 이자 부담으로 인해 언제든지 적자로 추락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가 3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도 결국 IR 투자 전략과 맞닿아 있다. 업계는 롯데관광개발의 제주드림타워(1600실)와 외국계 기업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1275실)가 대규모 객실 수를 무기로 카지노 고객들에게 무료 숙박 서비스 공세에 나선 반면, 파라다이스시티(711실)는 이를 방어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한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파라다이스시티 입장에서는 제한된 호텔 룸으로 매스(일반 고객)보다는 VIP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단기 성장 여력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파라다이스가 추진 중인 그랜드하얏트인천 웨스트타워(501실) 인수가 내년 3월로 지연된 영향도 크다.
GKL의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다. GKL은 빅3 중 유일하게 조 단위 IR 투자 전쟁에 불참한 전통 카지노 사업자다. 9월까지 누적 매출(3202억)은 전년 대비 10.2% 성장에 그쳤다. 이는 파라다이스(6.2%)보다 높지만 앞서가는 롯데관광개발(29.0%)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특히 GKL은 롯데관광개발, 파라다이스와 달리 자체 호텔이나 쇼핑몰 등 부대사업이 없어 연간 수백억 원의 임차료만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GKL도 뒤늦게 ‘호텔 직접 투자·영업장 이전’ 등 자체 IR 모델 검토에 착수했다.
카지노 삼국지의 최대 외부 변수는 2조 원을 투입한 인스파이어다. 인스파이어가 지난해 개장 이후 처음 공개한 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영업손실 1563억 원, 당기순손실 2654억 원을 기록했다. 이자 비용만 연간 966억 원에 달했다. 이에 인스파이어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강수를 두며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라는 호재가 본격화되면서 카지노 업계가 빚 부담을 털어낼 뿐만 아니라 전체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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