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제로(0%), 연차 사용 100% 만들자.’
서울에 본사를 둔 물류회사 태웅로직스가 사내에서 벌이고 있는 캠페인 구호다. 1996년 설립된 이 회사는 바다부터 육지, 하늘까지 물류서비스가 가능하다. 해외에만 17개국 현지 법인을 둘만큼 고객은 각 국에 흩어졌다. 해외 물류 고객을 둔 기업은 시차부터 현지 상황까지 업무 변수가 넘친다. 태웅로직스도 대부분 물류회사처럼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며 야근을 반복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회사란 얘기다. 직원이 750명인 이 회사는 연 매출액이 1조 원을 넘고 2019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하지만 태웅로직스는 캠페인 구호처럼 여느 물류회사와 다르다. 2021~2024년 연 평균 초과근무시간을 2017~2020년 대비 17%나 줄였다. 이 기간 직원의 연차 사용률까지 77%에서 84%로 높였다.
이런 식으로 줄어든 직원 근무시간을 채운 것은 일의 효율성과 직원 우선 문화다. 태웅로직스는 2022년 근무혁신(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처리 속도를 높였다. 직원들은 대면보고 대신 전자결제를, 대면회의 대신 화상회의를 한다. 또 이 회사는 직원에게 출퇴근 시간 선택권과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자는 사내 문화도 자리잡았다. 매일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은 집중 근로시간이다. 회의시간을 줄이자고, 퇴근 후 연락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도 직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생산성은 근로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태웅로직스의 선택은 옳았다는 점이 경영 성과를 통해 증명됐다. 2017~2020년 연 평균 109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21~2024년 연 평균 585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뛰었다. 직원이 원하는 복지제도 덕분에 1년 미만 퇴사자와 퇴사율도 크게 줄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들과 실노동시간 단축안을 마련 중인 로드맵 추진단은 이날 태웅로직스 본사를 방문해 이 같은 기업의 변화와 성과를 듣고 여러 번 놀랐다. 이들은 기업 스스로 실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태웅로직스를 선택해 찾았다. 로드맵 공동 추진단장인 이현옥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태웅로직스는 일터 혁신이 노동자의 시간 주권 확립과 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 좋은 예”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ggm11@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