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과학기술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가 이번에는 해외 첨단 산업 분야 경력직 스카우트에 나선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해외 첨단 산업 분야 기업이나 연구소에 재직 중인 인재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연봉 갭(차이)’을 일정 부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달부터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관련 사업 홍보를 적극 시작할 계획이다.
12일 정부 관계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이르면 내년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브레인풀(Brain Pool)’과 유사한 형태의 해외 첨단산업 경력 인재 유치 사업을 신설한다. 유치 대상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로봇·방산·AI·첨단 모빌리티 등 8대 첨단산업 분야 종사자다. 그간 산업부는 해외 산업인재 유치를 위해 탑티어 비자(F-2) 발급 등 정착 지원책을 추진해왔으나, 경력직의 국내 복귀 비용을 직접 보전하는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AI 첨단산업 분야 종사자들을 국내로 유치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이 연봉 격차로 나타났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 인재를 채용할 때 연구 환경이나 보수를 일부 보전해주는 형태의 사업을 내년 신설할 예정이며, 지원 규모는 브레인풀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의 브레인풀 사업은 해외 우수 과학자를 국내 연구기관에 유치하기 위한 대표적인 국제 협력형 연구개발(R&D) 인력 프로그램이다. 해외 과학자를 초청해 공동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고, 연간 7000만~1억 원 규모의 급여와 체류비를 지원한다. 이번 산업부의 신규 사업은 이 같은 브레인풀 모델을 산업 현장으로 확대한 형태로, 석·박사 연구자보다는 기업·연구소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경력직 전문가의 국내 복귀를 중점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이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국내 AI 등 첨단산업 인재들이 미국·중국 등으로 유출된 후, 국내외 기업 간 연봉 격차로 인해 해외에 정착하는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연봉 차이로, 평균적으로 해외 연봉이 국내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은 2010년 대비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에서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적이고 과감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산업통상부가 내년에 신설할 이번 사업은 이러한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실질적으로 연봉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부는 이달 14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과기정통부 주최 ‘한-미 연구 교류 협력 간담회(Korea, a More Attractive Destination)’에 참여해 유치 대상 인재를 사전에 확보한다. 이번 간담회는 미국 주요 도시와 연구중심 대학, 혁신기업 거점을 순회하며 AI·반도체·바이오·우주 등 미래 핵심산업 분야의 글로벌 연구자 및 혁신 인재를 한국과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14일 뉴욕을 시작으로 피츠버그(15일), 아틀란타(17일), 시카고(12월 5일) 등에서 열리며, 국내 주요 산·학·연 기관과 협력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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