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한 책임을 두고 거취를 고심하던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사의를 밝혔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수뇌부가 공석이 되면서 검찰은 초유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5시께 “노 대행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며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에서 밝히겠다”고 전했다. 노 대행이 검찰총장 직무 대행을 맡은 지 4개월여 만이자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지 닷새 만이다. 검찰의 이례적인 항소 포기를 둘러싼 책임론이 확산하자 노 대행은 전날 연가를 내고 자택에 머물며 거취를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당 1심 항소 시한인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6일 ‘신중히 검토하라’는 의견을 내자 대검 수뇌부는 7일 밤 11시쯤 법무부에 항소 포기 결정을 최종 회신했다. 중앙지검은 밤 11시 53분께 수사·공판팀에 항소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논란이 커지자 노 대행은 9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2시간여 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하며 “(항소 포기는) 중앙지검 의견과 달랐다”고 반발했다.
노 대행이 물러나면서 대검 내 다음 순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행의 대행’을 누가 맡을지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검찰청법 제13조 2항은 “차장검사는 검찰총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그 직무를 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차장검사마저 공석일 경우를 대비한 조항은 없다.
검찰 내부에서는 노 대행의 사퇴가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곧바로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기류가 읽힌다. 노 대행의 결단이 ‘대안 없는 사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조직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일선 청의 한 부장검사는 한 부장검사는 “중앙지검 지휘부와 수사·공판팀 등 여러 주체의 판단이 얽힌 사안을 총장 대행 한 명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정 장관이 대검에 “신중하게 판단하라”며 사실상 항소 포기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는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장관의 발언이 ‘비공식 수사지휘’로 볼 여지가 있으며 공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사지휘는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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