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과거 정·관계 중심의 ‘정략 결혼’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나 일반인과의 결혼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올해 지정 총수가 있는 공시 대상 기업 집단(대기업 집단) 81곳 중 혼맥 분류가 가능한 380명을 조사한 결과, 오너 4~5세의 정·관계 혼맥 비율은 6.9%로 집계됐다. 오너 2세 24.1%, 오너 3세 14.1% 등과 비교하면 세대가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다.
2000년 이전엔 정·관계 혼맥이 24.2%였지만 2000년 이후 7.4%로 3분의 2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재계 간 혼맥은 39.2%에서 48.0%, 일반인과의 혼맥은 24.6%에서 31.4%로 모두 증가했다.
구체적 사례도 흐름을 뒷받침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는 2022년 12월 세계 1위 프로골퍼 리디아 고와 결혼했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손녀 선아영 씨는 2016년 배우 길용우의 아들 길성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HL그룹 정몽원 회장의 차녀 정지수 씨는 지난해 방송인 백지연의 아들 강인찬 씨와 결혼했다. 한화 김동관 부회장은 2019년 회사 동료였던 일반인 배우자와 혼인했으며, 호반건설 김대헌 대표(전 SBS 아나운서 김민형), 두산 박서원 전 대표(전 JTBC 아나운서 조수애) 등 ‘일반인·언론인’과의 결혼도 이어졌다.
CEO스코어는 “과거엔 정·관계 혼맥이 사업에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정치적 노출·감시·규제 리스크가 커졌다”며 “결과적으로 재계 내부 네트워크나 일반인과의 결혼이 더 안전하고 실용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석했다.
그룹 간 연결망을 보면 LS가 현대차·OCI·BGF·삼표·사조·범 동국제강(KISCO홀딩스) 등과 가장 폭넓게 사돈을 맺었다. LG는 DL·삼성·GS·두산과, GS는 LG·삼표·중앙·태광과 이어졌고, 범GS로 넓히면 금호석유화학·세아와의 연결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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