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한 부정맥인 심방세동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에서 안전하고 혈전 예방에 최적화된 약물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김중선·박희남 심장내과 교수 연구팀이 2020년 4월~2024년 5월 국내 32개 기관에서 스텐트를 삽입한 심방세동 환자 960명을 분석한 결과, 항응고치료 단독요법이 단일 항혈소판제를 추가한 이중요법에 비해 출혈 등 부작용이 적고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발생해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빠르고 불규칙하게 떠는 부정맥의 일종이다. 뇌졸중, 전신 색전증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어, 심장 내 혈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항응고치료가 필수적이다.
스텐트를 이용한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들은 심근경색과 스텐트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치료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스텐트 삽입 후 1년 동안은 두 종류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고, 1년이 경과하면 환자의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한 종류의 항혈소판제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심방세동 환자는 스텐트 삽입 1년 이후에도 심방세동을 위한 항응고치료와 스텐트를 위한 항혈소판치료가 모두 필요하다. 이 경우 두 종류의 항혈소판제를 복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출혈 위험도가 올라가다 보니 위험 부담이 컸다.
연구팀은 스텐트를 삽입한 심방세동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항혈전치료 전략을 수립하고자 ADAPT AF-DES 연구를 진행했다. 전체 등록 환자들을 아픽사반 또는 리바록사반을 이용한 항응고치료 단독요법군과 항응고치료에 클로피도그렐 단일 항혈소판제를 추가한 이중요법군으로 무작위 배정하고, 1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등록 후 1년간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전신색전증 및 출혈사건의 발생률은 단독요법군에서 9.6%, 이중요법군에서 17.2%였다. 항응고치료 단독요법이 이중요법보다 안전성이 더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망률, 심근경색, 스텐트혈전증,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등 허혈성 사건은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출혈사건은 단독요법군에서 각각 2.3%, 2.9%, 이중요법군에서는 각각 6.1%, 7.1% 발생해 항혈소판제를 추가로 복용한 환자들이 더 많은 출혈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과 유럽 심장학회의 진료지침은 스텐트 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스텐트 삽입 1년 이후에는 항응고치료 단독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지침은 스텐트 삽입 환자에 국한되지 않고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스텐트 삽입 환자들에게 일괄 적용하는 데 제한적이었다. 이번 연구는 스텐트를 삽입한 심방세동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약물치료 전략을 비교하고, 항응고치료 단독요법만으로도 허혈성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중선 교수는 "스텐트를 삽입한 심방세동 환자에서 항응고치료 단독요법이 이중요법에 비해 허혈성 위험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출혈성 위험을 줄인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스텐트 삽입 환자들에게 보다 전략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AHA)에서 '가장 주목받는 임상 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로 선정됐고 발표와 동시에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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