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브랜드 체리자동차가 세계적 관광지 장가계(장자제)에서 진행한 신차 홍보 이벤트가 사고로 마무리되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신차의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천문산의 ‘하늘계단’을 자동차로 올라가는 퍼포먼스를 시도했다가 난간을 들이받고 중단되자 “무리한 마케팅이 자연 유산과 관광객 안전을 위협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홍콩매체 명보 등 보도에 따르면 체리자동차는 지난 12일 중국 최고 등급인 ‘국가 5A급’ 관광지 장가계 천문산 국가삼림공원에서 하이브리드 신형 ‘펑윈 X3L’의 계단 등반 이벤트를 개최했다. 신차가 도전한 천문동(天門洞) 하늘계단은 길이 약 300m, 수직 낙차 150m, 최대 45도 경사에 이르는 999개 계단으로, 2018년 레인지로버가 세계 최초로 등반에 성공하며 유명세를 탄 곳이다.
2018년 장가계의 대표 명소 ‘천국의 문(Eaven Gate)’ 계단을 자동차로 처음 오른 주인공은 레인지로버 스포츠 PHEV였다. 당시 차량은 다이내믹 모드와 전지형 반응 시스템을 활용해 45도 경사의 999계단을 끝까지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 도전은 ‘드래곤 로드’로 불리는 천문산 11.3km 구간을 질주한 뒤 계단으로 진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운전은 재규어 레이싱팀 포뮬러1 출신 드라이버 호-핀 퉁(Ho-Pin Tung)이 맡아 화제를 모았다.
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영상 속 펑윈 X3L은 중간 지점에서 동력을 잃은 듯 뒤로 밀려났고, 결국 뒤쪽 범퍼가 난간을 들이받은 뒤 연기가 피어올랐다. 체리자동차는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테스트 중 안전용 로프가 풀려 바퀴에 감기면서 주행에 문제가 생겼고, 그 결과 차량이 미끄러졌다”며 장비 관리 미흡과 위험 예측 부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에도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북경일보는 체리자동차가가 성명서 한 장에서 ‘사과’라는 단어를 4번이나 썼지만 “문제의 본질은 난간 훼손과 관광지 훼손이며, 단순한 사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이벤트가 단순 테스트인지, 사전에 누구의 승인을 받았는지, 손상된 시설은 누가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명확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 승인 과정도 논란이다. 장자제시 문화관광국은 “천문산 관광지 운영권이 민간 기업에 있어 지방정부는 승인 주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천문산 관광지 측은 “하늘계단은 재개장했지만 난간은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방문객은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두고 중국 온라인에서는 “관광지에서 이런 위험한 마케팅을 허용한 것은 무책임”, “자연을 무대 삼은 쇼에서 결국 관광객만 피해 본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한편 중국 5A급 관광지는 중국 문화·관광부가 부여하는 최고 등급 관광지 인증으로, 자연·문화·시설·보존 상태 등을 종합 평가해 선정되며 2024년 기준 만리장성, 병마용, 청두 판다기지 등 약 300여 곳이 선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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