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첫 엑스알피(XRP)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첫날 5800만 달러(약 845억 원)에 달하는 거래량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올해 출시된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첫날 거래량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XRP 수요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다만 상장 직후 XRP와 ETF 가격이 모두 일제히 하락하면서 알트코인 ETF가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수석 ETF 분석가 에릭 발추나스에 따르면 이날 상장된 캐너리 캐피털의 ‘캐너리 XRP ETF(티커 XRPC)'의 장 마감 기준 거래량은 5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거래 개시 30분 만에 2600만 달러가 체결되는 등 초반부터 강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 증시에 먼저 데뷔한 솔라나(SOL) 현물 ETF의 첫날 거래량 5700만 달러(약 831억 원)도 넘어서는 규모로 올해 상장된 900여 개의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이번 ETF 상장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9월 가상화폐 ETF에 대한 신규 상장 기준을 마련하며 알트코인 ETF 진입 장벽을 낮춘 데 따른 결과다. 기존에는 1933년 증권법에 기반한 가상화폐 ETF 출시를 위해 발행사가 펀드 구조와 위험 요인을 담은 S-1 서류를 제출하고 거래소는 규정 변경안인 19b-4 서류를 제출해 SEC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SEC가 19b-4 승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면서 S-1만으로 상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10월 28일 SOL와 라이트코인(LTC), 헤데라(HBAR) 등 기반 현물 ETF 3종이 가장 먼저 미국 증시에 상장돼 거래를 시작했다. 당초 XRP ETF도 10월 중 상장이 예상됐지만 미국 정부 셧다운 여파로 일정이 지연돼 이날에서야 상장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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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P ETF 상장은 특히 SEC와의 장기 소송전이 마무리된 XRP가 마침내 제도권 시장에 편입됐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SEC는 2020년 리플이 미등록 증권인 XRP를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XRP 자체의 증권성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고 SEC도 올해 항소를 포기하며 분쟁이 일단락됐다. XRP ETF 출시는 과거 SEC가 추진했던 반(反)가상화폐 정책에 종지부를 찍는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XRP ETF 상장 직후 “드디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축했다.
다만 ETF 상장 효과는 가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14일 오후 1시 15분 코인마켓캡 기준 XRP는 24시간 전보다 7% 넘게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XRP ETF 역시 장중 고점 대비 약 8% 하락한 가격에서 장을 마감했다. XRP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 되며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전형적인 흐름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XRP를 비롯한 알트코인 ETF 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블랙록과 같은 대형 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한다. K33리서치는 “블랙록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알트코인 ETF로 유입되는 자금은 BTC의 20~40%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것도 제약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12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잇달아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으며 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우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0.25%포인트 인하 확률은 전날 66%에서 51.6%로 내려앉은 상태다.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지수는 16포인트로 ‘극도의 공포’ 상태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를 의미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 과열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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