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직후 혼란하던 시기에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원도 속초 신흥사의 불화가 70여 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이번 성과는 특히 지역 시민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협상을 시도한 민간 대 민간의 문화유산 반환 사례로 주목된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시대 ‘시왕도(十王圖)’ 1점을 돌려 받기로 하고 14일 서울시 마포구 KGIT 센터에서 전달식을 가졌다. 신흥사 시왕도가 돌아오는 것은 2020년 미국 LA카운티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6점에 이어 두 번째다. 10점 가운데 7점이 돌아온 셈이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이상래 이사장은 “이번 신흥사 시왕도는 1954년경 속초 지역이 미군정 하에 있었던 시기에 주둔하던 미군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3점은 아직 소재 파악이 안됐는데 역시 찾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시왕도는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차례로 만난다고 전하는 10명의 시왕, 즉 저승의 심판관들을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 돌아온 불화는 국내에서 드문 사례인 18세기 작품으로 1798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보물’급이다. 전체 10점으로 구성된 시왕도의 하나로 ‘제10오도전륜대왕도(第十五道轉輪大王圖)’에 해당한다. 그림은 깃털로 장식한 투구를 쓴 오도전륜왕이 붓을 들고 재판을 주관하는 모습을 정교한 필선과 채색으로 표현했다. 가로 91.4㎝, 세로 116.8㎝ 크기의 이 불화는 원래 신흥사 명부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국가 주도 반환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민간 단체인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와 신흥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 이들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반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지역민들의 증언 등을 통해 미군정 시기 미군에 의해 유출됐다는 불법성을 증명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국가유산청 측은 “국가의 최소한의 개입으로 유출 문화유산을 되찾을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을 만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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