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매판매가 5개월 연속 둔화하며 2021년 이후 최장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산업생산과 고정투자 역시 예상치를 밑돌면서 중국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소비 회복을 위한 추가 조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당국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매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9% 늘어났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2.7%)는 소폭 상회했지만 전월(3.0%)보다 0.1%포인트 하락해 5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2021년 이후 가장 긴 기간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당시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인해 4월 일시적으로 34.2%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9월 2.5%까지 수직 하락한 바 있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등 중국 내 소매점 판매 수치를 의미하며 중국 내수 가늠자로 평가된다.
생산·투자 등 다른 핵심 경제지표들도 부진했다. 소비 둔화 속에서 그나마 내수를 떠받쳐온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5.5% 증가에 그쳐 전망치(6.5%)를 크게 하회했다. 지난해 8월(4.5%) 이후 14개월 만의 최저치다.
부동산 침체도 여전했다. 부동산·공장 등에 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올 1~10월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줄어들어 전월(-0.5%)는 물론 예상치(-0.9%)도 크게 밑돌았다. 부동산 개발 투자로만 범위를 좁혔을 때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4.7% 감소해 1~9월 수치(-13.9%)보다 악화했다. 10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2% 하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가계 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수 년째 침체를 이어가면서 소비·생산·고용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중국 가계소비는 국내총생산(GDP) 39%로 글로벌 평균(56%)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소비 위축에 기업들은 저가 출혈경쟁을 벌이고, 디플레이션 우려에 보다 못한 당국이 제재에 나서자 기업들이 이를 의식해 투자를 미루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내수 회복을 위해선 추가 소비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린 송 ING 중국 수석 경제학자는 “내년에는 소비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방향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 보조금 적용 대상을 기존 자동차·전자제품 등 소비재에서 서비스 소비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간 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올해 상반기 이미 5.2%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내부 목표치인 5% 달성이 무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쉬톈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수석 경제학자는 “올해 5% 성장을 위해서는 4분기 4.5~4.6% 성장만 확보하면 돼 추가 부양책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5% 안팎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수출 호조가 지목된다. 미·중 관세전쟁으로 대미 수출이 급감하자 중국은 남미·유럽 등 신시장 개척을 서둘렀고, 그 결과 3분기 기준 무역수지 흑자는 270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10월 수출액은 8개월 만에 -1.1%로 감세 전환했지만 미중 정상회담 계기로 양국이 관세전쟁 휴전 국면에 접어든 만큼 향후 회복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구조적 성장동력을 기반으로 내년에도 중국의 수출 성장은 회복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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