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이 14일 양국 관세·안보 협의 결과를 문서화한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며 이 소식을 직접 전했다. 한미는 팩트시트에서 관세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연간 투자 금액을 최대 200억 달러로 제한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반도체 관세는 경쟁국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한다는 문구도 넣었다. 팩트시트 작성 지연의 원인으로 거론됐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해서는 우리 권한을 명확히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핵추진잠수함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비해 협상 기간은 길었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은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양국 정상의 신뢰가 쌓인 결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관세를 ‘최대한 불리하지 않게’ 확정한 점은 큰 성과로 꼽을 만하다. 한국의 대미 투자 펀드 양해각서에서 ‘외환시장 안정’ 합의를 명문화해 환율 시장 불안 우려도 크게 덜었다. 다만 우리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철강 분야에서 50% 품목관세를 낮추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안보 분야에서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명시해 ‘원자력 협정 개정’에 버금가는 포괄적 수준의 합의를 이룬 점은 의미가 크다. 핵추진잠수함 건조 합의는 단순히 우리 국방력과 안보가 강화되는 것을 넘어 한미 동맹의 질적 도약을 가져오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미 관세·안보 협의가 원만하게 타결됐다고 해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단초가 된 미중 패권 경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장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한미 동맹의 전략적 목적에 변화가 생기면 중국 측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칫 모호한 외교적 균형론을 내세우다가는 미중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가 될 수 있음을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관세·안보 협의 최종 타결을 계기로 우리는 한미 동맹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국익과 안보 역량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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