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반도체 변수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8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5% 감소해 5년 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설명한 직접적인 원인은 ‘반도체 기저효과’다. 9월 지표가 워낙 좋았던 데다 가격 상승까지 맞물려 10월 반도체 생산이 26.5% 급감한 것이 산업생산을 끌어내렸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긴 추석 연휴까지 맞물려 설비투자는 14.1% 위축됐다. 건설기성은 역대 최대 폭인 20.9%나 급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전체적으로는 견조한 흐름”이라며 낙관적인 경기 진단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저효과’로 치부하기에는 불안 요인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반도체만 바라보는 취약한 경제구조 속에서 날로 커지만 가는 지표와 체감 경기의 괴리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사한 매출액 600대 기업의 체감 경기 전망은 45개월째 ‘부정적’이다. 특히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제조기업 심리 위축이 급격하다. 국내외 기관들의 잇단 성장률 개선 전망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우리 제조업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을 1.8%로 상향하면서도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을 1.4%로 본 것은 반도체 ‘외날개’에 기댄 경기 개선이 언제든 모래성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안정적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우선 웅크려든 기업 심리부터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살아나고 내수·수출 동반 회복, 기업 수익 확대, 경제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지금은 노란봉투법과 연쇄적 상법 개정, 주52시간 근무 규제 등 기업을 옥죄는 법제도를 강행할 때가 아니다. 반도체 호황의 그늘에서 우리 제조업 위기의 골이 깊어지는 사이 중국은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기술력을 강화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제조업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한은은 “중국이 미국 외 국가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영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우리의 10대 수출 업종 경쟁력이 5년 뒤 모두 중국에 역전될 것이라는 산업계의 경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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