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건강검진 결과에서 고지혈증과 당뇨병 전 단계(공복혈당장애)가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질환처럼 보이지만, 두 질환은 같은 뿌리에 놓여 있다. 바로 탄수화물 중심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라는 생활 패턴이다. 의료진은 이를 '형제 질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혈액 속 중성지방이 빠르게 증가해 고지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쌀·감자·고구마·과일 등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 대부분에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 특히 설탕·사탕·초콜릿·과자·가당음료처럼 정제된 당류는 흡수 속도가 빨라 중성지방 수치를 급격히 올리는 대표적 위험 요인이다. 문제는 이러한 패턴이 고지혈증에 그치지 않고 '혈당 변동성 증가→인슐린 저항성 악화→당뇨병 전 단계·당뇨병'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공복에 빵·떡·밥처럼 흡수가 빠른 탄수화물을 먼저 먹을 경우 혈당과 중성지방이 동시에 급등해 췌장과 지방대사에 부담을 준다.
전문가들은 고지혈증을 단순히 "지방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지방 섭취량보다 탄수화물 과잉이 원인인 사례가 더 흔하다는 것이다. 혈액 검사에서 고지혈증과 당뇨 전 단계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복에 정제 탄수화물을 먼저 섭취하는 식습관, 운동 부족 등 생활 패턴이 유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영양학계 한 관계자는 "탄수화물은 에너지 공급원으로 중요하지만, 과다 섭취하면 남은 에너지가 중성지방으로 전환된다"며 "흰 쌀밥보다는 현미·귀리 등 통곡물을, 간식으로는 빵·감자·고구마를 반복적으로 먹는 습관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지혈증은 지방을 줄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포화지방, 단순당, 정제 탄수화물을 함께 줄여야 한다"며 "특히 설탕이 들어간 음료나 디저트는 혈당과 중성지방을 동시에 높이는 대표적 원인이기 때문에 절제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생선·콩류처럼 불포화지방산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은 혈중 지질 조절에 도움이 된다"며 "고지혈증 환자는 '얼마나 먹느냐'뿐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를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지혈증과 당뇨 전 단계는 같은 식습관에서 출발하는 형제 질환이다. 달달한 음료·빵·흰 밥을 줄이고 통곡물과 채소 중심으로 식단을 바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실제로 기름보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더 큰 문제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식단을 관리하려면 '탄수화물의 질과 양'을 점검해야 한다"며 "흰 밥 한 공기를 줄이고 통곡물과 채소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혈중 지질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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