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대기업 법인세율을 올리기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주요국들이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해 기업 감세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상황에 우리만 역주행하면서 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할까 걱정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30일 법인세·교육세율 인상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끝내 합의되지 않으면 두 법안은 정부 원안대로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율 4개 과표 구간의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일괄 인상하자고 한 반면 국민의힘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위 2개 구간은 현행대로 유지하자고 맞섰다. 어떤 경우든 상위 2개 구간의 법인세율 인상은 기정사실화되는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2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9번째로 높았다. 경직된 노동시장, 과도한 경제 형벌, 각종 규제 등도 한국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들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는 외국 기업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의 2배에 이른다. 이런데도 당정은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개정안 강행에 이어 3차 상법개정안 등 기업 활력을 저해하는 입법을 밀어붙일 기세다. 여기다 법인세율까지 올리면 제조업 공동화 우려는 더 커지게 된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본격화할 경우 기업들의 국내 투자 여력이 줄면서 지역 경제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이 도미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발 무역 전쟁 이후 제조업 육성은 국가 운명을 좌우할 사활적 과제로 등장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 설비투자에 대해 대기업에도 법인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올해 6월 74조 원 규모의 기업 감세 패키지를 내놓았다. 이런 마당에 내년도 확장 재정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들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은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필리프 아기옹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기업 혁신 의지를 높여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 성장이 가능하고 일자리와 세수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