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에 국물이나 기름을 흘려보내는 사소한 습관이 배수관 전체를 막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겉으로는 물처럼 흘러내리지만 배수관 내부에서는 고체 덩어리로 변해 막힘을 유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6일 국가통계포털 생활환경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약 70%가 하수구 냄새·역류·배수 지연 등으로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 10년 이상 주택의 배수관 내부 오염률은 신축 대비 2배 이상 높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배관 구조 특성상 오염이 쌓일수록 문제 발생 시 비용 부담이 커진다.
배관 전문가들은 기름류를 가장 위험한 물질로 꼽는다. 고기기름, 튀김용 식용유, 올리브유 등 모든 기름은 배관 내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방에서 따뜻한 상태로 흘러 내려가더라도 찬 배관에 닿는 순간 젤 형태로 변하며 벽면에 달라붙는다. 한 배관 전문가는 "싱크대 배수구가 막히는 가장 큰 원인은 음식물 찌꺼기가 아닌 기름막"이라며 "한번 굳기 시작한 기름은 다른 찌꺼기까지 끌어당기며 층층이 쌓여 단단한 덩어리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굳은 기름층은 일반 세제나 뜨거운 물로는 거의 제거되지 않아 배관 업계에서는 기름을 '배관의 시멘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프·국물·파스타 소스 등 농도 있는 음식을 그대로 싱크대로 흘려보내는 가정도 많다. 이러한 액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름막과 섞이고 미세 찌꺼기와 엉겨 끈적한 점성 덩어리를 만든다. 겉보기에는 잘 흘러가는 것 같아도 수프·소스류는 배관 내부에서 점성이 높아져 층을 형성한다. 특히 라면 국물·육수처럼 지방이 포함된 국물은 기름층을 더 두껍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커피를 내린 뒤 남은 찌꺼기를 배수구에 버리는 습관도 위험하다. 입자가 곱기 때문에 오히려 배수관 바닥에 가라앉아 침전층이 되기 쉽다. 커피 찌꺼기는 기름과 결합하면 시멘트처럼 굳어져 배관을 좁히는 단단한 층을 만든다. 설거지 과정에서 접시에 남아 있던 기름과 만나면 굳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우유나 요거트·생크림 등을 물처럼 흘려보내도 괜찮다는 인식은 대표적인 오해다. 유제품은 지방 함량이 높아 배수관의 낮은 온도에서 기름막 형태로 굳는다. 따뜻한 상태의 우유라도 배관에 들어가면 바로 응고된다. '뜨거운 물을 같이 흘리면 괜찮다'는 인식은 잘못된 상식이다. 특히 퇴근 후 요리를 많이 하는 저녁 시간대는 배관 온도가 낮아져 응고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배수구 냄새가 올라오거나 물 흐름이 평소보다 느려졌다면 이미 내부에서 막힘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름막은 냄새를 흡수하고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단순 막힘을 넘어 악취·세균 번식까지 유발한다. 오래된 아파트라면 정기 세척 없이 수년간 쌓여온 기름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막힘이 심화될 경우 역류 피해가 발생하고, 복층 구조에서는 아래층 누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배수구 관리는 "막히기 전에 미리 관리하는 것이 90%"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기름류는 반드시 식힌 뒤 굳혀서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이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커피 찌꺼기는 음식물쓰레기 또는 전용 수거함에 버리는 게 안전하다. 배수구로 흘리면 침전 확률이 높다. 수프·소스·국물은 휴지로 먼저 닦아 버린 후 설거지하는 게 좋다. 기름 성분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다. 주 1회 뜨거운 물과 소량 베이킹소다·식초로 관리해야 한다. 배관 전체 세척은 어렵지만 초기 기름막 억제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배수구 막힘은 단번에 생기지 않는다"며 "작은 기름방울이 굳고, 그 위에 찌꺼기가 붙고, 다시 기름이 덮이며 층층이 쌓여 만드는 구조다. 습관만 바꿔도 90%는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싱크대는 집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오염이 쌓이는 곳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배관 속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방에서 버리는 모든 액체가 배관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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