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수소 생산 기업이자 몸 값이 최대 1조 원대로 추정되는 어프로티움이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수전에 참전하는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눈치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어프로티움 인수 의향을 드러낸 예비입찰 참여사들은 이번주부터 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매각 측은 인수 가능성이 높은 후보 3~4개 기업에 실사 기회를 부여하고 내년 초 본입찰을 거쳐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맥쿼리자산운용이 어프로티움의 최대주주다.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실사 기회를 받아 인수전에서 일단 앞서가고 있다"며 "에어리퀴드와 에어프로덕츠 등 글로벌 산업 가스 제조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토종 전략적투자자(SI)들과 사모펀드(PEF)의 인수전 참전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전에 특히 글로벌 SI 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수소 경제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은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수소 경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선도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산업 박람회 '월드 하이로젠 엑스포'도 이달 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막을 올렸다. 이 행사에는 수소 생산(52개 사), 수소 저장·운송(68개 사), 수소 활용(64개 사), 기관·단체(43개 사) 등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60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어프로티움은 국내 최대 수소 생산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수소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2021년 맥쿼리자산운용이 덕양을 인수해 현재의 사명으로 바꿨다.
회사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를 정제해 판매하는 사업을 주로 영위해 왔다. 향후 암모니아 크래킹(청정 수소)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관련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암모니아를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분해(크래킹·Cracking)하면 친환경 수소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같은 공정은 향후 경제적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근 어프로티움의 실적은 정체 상태다. 지난해 매출액 4334억 원, 영업이익 510억 원을 거둬들였다. 2023년 매출액 4373억 원, 영업이익 617억 원 대비 다소 하락했다. 원재료 조달처인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하면서 부생 수소 생산과 판매가 줄어든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또 이에 따른 수소 제조원가가 오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IB 업계 전문가들은 어프로티움의 최근 주춤한 실적에도 미래 사업 전망 등을 반영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최대 20배의 기업가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매각 측은 회사의 기업가치를 1조 원 중반대 수준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익 대비 인수가가 낮지 않은 만큼 재무적투자자(FI) 보다는 직접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I들이 인수전에 더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해 8월 맥쿼리운용은 산업용 가스 제조사 DIG에어가스를 약 4조 8000억 원을 받고 에어리퀴드에 매각했다. 당시에도 EBITDA 대비 약 20배의 기업가치가 적용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스 관련 산업에서 높은 멀티플(영업익 대비 기업가치)이 적용되고 있어 글로벌 SI들이 어프로티움 인수전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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