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7일(현지 시간) 공개한 약 3000쪽 분량의 ‘2026 국방수권법(NDAA)’ 상·하원 타협안에서 ‘중국(China)’을 언급한 횟수다. 미 의회에서는 중국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강경한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 같은 분위기는 국방수권법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 의회는 또 ‘주한미군 2만 8500명 유지’도 적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의회 차원에서 규모 변경을 시도하지 못하게 쐐기를 박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타협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방수권법은 내년 대만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승인했다. 또 국방부 장관에게 내년 3월 1일 이전에 군 무인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프로그램을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대만 해안경비대 합동 작전 및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도 승인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조치다.
이와 함께 세계 각지의 미국 공관 등에 ‘지역중국담당관(RCO)’을 신설하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활동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를 위해 2026회계연도부터 2029년까지 매년 국무부에 500만 달러(약 73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중동은 물론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에서까지 중국이 일대일로를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자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또 광범위한 해외투자 심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미국 기업과 투자자가 중국이나 기타 ‘우려 국가’에서 특정 고위험 기술에 투자할 경우 재무부에 신고하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재무부에 거래를 전면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재무부는 의회에 상세한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아울러 국방부가 의심스러운 해외 기관에서 생산된 첨단 배터리, 태양광 부품, 컴퓨터 디스플레이, 필수 광물 등을 구매하는 것도 제한했다. 미국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국방부의 중국산 의존도를 줄여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국방부가 중국과 연계된 생명공학 기업과 계약을 맺는 것을 금지하는 생물보안법도 포함됐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남은 3년 임기 외교안보 정책의 로드맵을 담은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은 사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적시했다. 미 의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한미군 2만 8500명 현 수준 유지’를 명시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이 보다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견제 기조에 의회가 초당적으로 보조를 맞춘 것이다. 미 의회는 “의회의 의견은 국방부 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국방 동맹 및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미국의 비교 우위를 더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하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한국에 배치된 약 2만 8500명의 미군 병력 주둔 유지, 상호방위기지 협력 강화,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재확인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적시했다.
한편 의회는 국방수권법안에서 내년 국방 예산을 사상 최대인 9010억 달러(약 1322조 원)로 책정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당초 계획보다 80억 달러 증액된 규모다. 군인 급여를 4% 인상하고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골든돔 미사일 방어망, 핵 현대화 프로그램에 투자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유럽에 대해서는 행정부의 기조와 결을 달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군 감축에 제동을 건 것이다.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을 7만 6000명 미만으로 감축하려면 국방부 장관의 조치가 미국 국가안보에 부합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 등을 달았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병력 감축에 대한 미 의회 양당의 반발”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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