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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하는 주택

앨 존스톤이 새로 구입한 집의 침실 창문을 통해선 험준한 남 캘리포니아의 산맥 위로 떠오르는 아침해가 바라다 보인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바로 그 창문을 통해 다시금 태평양으로 가라앉는 저녁해를 볼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존스톤이 사는 집이 다름 아닌 회전 주택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곧 그런 집에 살게 될 거라고 하는 게 보다 정확한 얘기일 듯 싶다. 올 연말이 되어야 그 회전 주택이 완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TV 애니메이션 ‘우주가족 젯슨’에 어울릴 듯한 기발한 장치들을 집에 설치해 놓고 있다.

은퇴한 엔지니어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그는 이 주택이 수행하는 일상 기능의 대부분을 자신의 데스크톱 컴퓨터에 담아두고 있는데, 이 컴퓨터는 그의 음성 명령은 물론 홍채 인식기와 적외선 신호, 움직임 감지기 등에도 반응한다.

존스톤이 방안에 들어서면 감지기들이 그가 걸친 장신구에서 나오는 적외선 신호를 받아 조명과 음악, 창문의 밝기, 실내 분위기 조절 등과 같은 일을 수행한다. 조명이나 텔레비전, 음향기기, 거실 벽에 걸린 모니터의 영상작품 등도 음성 명령으로 조정할 수 있다. 심지어는 베어링 위에 세워진 집을 회전시키는 모터까지도 목소리로 작동시킬 수 있다.

컴퓨터로 조종되는 이런 장치의 상당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시애틀에 수백만 달러를 들여 지은 그의 유명한 집을 통해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집을 거대한 회전판 위에 세움으로써 존스톤은 이 세계 최고 부자의 집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주택의 소유자가 된 셈이다.

“전 신기술 추종자입니다. 21세기 기술을 사용한 현대식 주택을 갖고 싶었죠. 게다가 바깥 경치 구경도 좋아하거든요.” 올해 58세인 존스톤의 말이다. 그는 뉴저지의 피스캐터웨이에 위치한 벨 연구소에 근무했었고, 나중에는 샌디에이고에 있는 퍼시픽 벨 사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헬리스 산의 북쪽 기슭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근교에 세워진 그의 집은 고정된 상태의 아래층에 현관 구실을 하는 중앙 엘리베이터와 함께 차고가 있다.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회전부를 이루는 2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직경이 24.4m에 이르는 2층은 465m2의 주거구역을 포함하고 있다. 전체 주택은 철강으로 보강된 콘크리트 건물이고, 벽은 유리로 되어 있다.

360도 회전을 할 수 없는 대부분의 다른 회전 구조물들에 비해 존스톤의 집은 이동성이 훨씬 뛰어나다. 그런데 어떻게 파이프를 부러뜨리지 않고, 서로 뒤엉킨 수천 개의 고무관들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집을 위아래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일까? “그의 회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것들을 대신할 수 있었느냐는 거죠.” 샌디에이고 카운티 소속 건축 감독관인 로버트 네이글의 말이다.

생활에 필요한 설비들을 움직이는 집과 연결하기 위해 존스톤이 찾아낸 혁신적인 해결책은 “배관 및 가스 회전대”라는 장치이다. 이 장치는 집의 중심부에 있는 엘리베이터 축의 안쪽에 설치되어 있다. 큰 쓰레기통 만한 이 회전대는 도로에서 주택의 고정부로 들어가는 상하수도 및 가스 파이프들과 이를 받아 회전부로 연결하는 보조 파이프들 사이에서 환승역 역할을 한다.

회전 장치에서 뭔가 새는 것이 있으면 감지기들이 컴퓨터에 경고를 보낸다. 건축 감독관들이 사설 연구소에 시험을 의뢰한 결과, 모든 것이 적절히 작동한다는 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다고 네이글은 말한다.



이 장치는 주택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회전하는가에 관계없이 모든 주거 설비의 흐름이 자력으로 끊김없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집이 30분당 한 바퀴의 최고 속도로 회전하는 경우나, 하루에 한 바퀴의 최저 속도로 회전하는 경우 모두 일정한 성능을 보인다. 존스톤은 현재 이 장치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다.

그에게는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것들을 결합시켜 새로운 것들을 만들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신이 여러 해에 걸쳐 종이 봉지에 스케치해 놓은 개념을 토대로 이 회전 장치를 완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는 자신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기계 기술자 친구를 끌어들였다.

전선은 이 회전장치의 중심부를 통해 끌어다 집전 고리에 연결한다. 이는 회전목마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존스톤은 또 약 11m2의 광전지판을 지붕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집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고도 남아 일부는 이 지역의 공익 기관에 팔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건축 감독관들은 존스톤의 주택 설계가 기존 주택들의 설계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몇 군데를 철강으로 더 보강하고 창문의 기초를 좀 더 넓히라는 식의 비교적 미미한 개선 명령을 내렸을 뿐, 그의 전체 건축 설계를 허가할 수 밖에 없었다.

존스톤에게는 이 집이야말로 회전하는 아파트 건축(결국 건설되진 못했다)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던 30년 동안의 꿈이 절정을 이룬 것이었다. 그는 1970년대에 지어진 한 집의 건축 계약자였을 당시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은 보다 전통적인 구조물을 짓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다가 1998년 현재의 부인인 자넷과 결혼한 후에야 이들은 집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일단 결심이 서자 존스톤은 회전 설계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회전 장치를 고안하고, 여기에 첨단 홈 오토메이션 설비를 집어넣었다. 주차를 마친 승용차의 앞부분이 자동적으로 출입구를 향하게 설계한 회전식 차고를 두 개 정도 포함시키겠다는 욕심도 버릴 수 없었다.

들불이 자주 발생하는 계절에는 물이 흘러나와 지붕을 덮을 수가 있고, 콘크리트와 유리는 방화 처리를 했다. 경사가 급한 산기슭에서 3c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붕이 오도록 한 것은 이 집의 안전성에 대해 존스톤이 워낙 강한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 혁신적인 집을 보는 순간 당장 매료될 것이라는 믿음에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rotatinghome.com)를 통해 회전 장치 및 기타 특별 설비에 대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패키지로 구입할 경우 가격은 $175,000~$225,000 정도이다.
그의 집과 같은 집을 통째로 마련하려면 $750,000~$1,000,000 정도의 비용은 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그의 경우는 설계의 대부분을 자신이 직접 했고, 일부 건축일까지도 했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이 회전 주택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한 자랑거리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무엇이 될 것인지는 두고 볼 문제이다. 건축 감독관 네이글의 말처럼 설사 존스톤의 건축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팔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의 집이 남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집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중심부 모습 : 회전 기술
회전 주택을 짓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주택이 회전하는 동안 물과 가스를 비롯한 생활 설비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유지시키는 것이다. 은퇴한 엔지니어인 앨 존스톤이 찾아낸 해결책(특허 출원중인 회전 장치)은 각각의 바깥 표면에 수평 홈을 파넣은 강철 드럼통들을 위로 쌓는 방식이다. 누수를 막기 위해서 홈의 위 아래에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고리를 두르고, 드럼통을 쌓아올린 전체 구조물은 금속 슬리브로 씌운다. 주택이 회전할 때는 이 슬리브도 함께 회전한다.
외부 도로에서 들어오는 수도관은 회전 장치의 중심부를 관통해서 드럼통을 두른 홈들 중 하나로 물을 쏟아낸다. 그러면 그 물은 회전하는 금속 슬리브에 달린 파이프를 통해 홈에서 빠져나온다.
가스와 하수 역시 같은 방식으로 주택의 고정부와 회전부 사이로 전달된다. 다만 별도의 홈을 사용할 뿐이다. 네 번째 홈을 통해서는 욕조, 세탁기, 식기 세척기 등에서 사용된 물이 통과하여 여과 탱크로 모아진다. 이 물은 잔디밭에 뿌리는 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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