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공지능 로봇의 미래

먼저 몇 가지 비슷한 용어들을 정리해보자. ‘로봇(robot)’은 인간의 일을 자동적으로 대신하는 장치의 통칭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외모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는 상관이 없다. 이를테면 집집마다 있는 전기밥솥이나 세탁기도 모두 로봇에 해당한다. 반면에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말은 대표적인 SF용어로서, 외관상 사람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 로봇을 뜻한다. 영화 <터미네이터>나 에 나오는 인조인간들이 안드로이드의 대표적인 예이다. <블레이드 런너>에 나오는 것처럼 유기질의 생체조직을 가진 안드로이드도 있다.

한편 ‘휴머노이드(humanoid)’는 ‘외모가 인간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따라서 로봇 뿐만 아니라 외계인이나 기타 정체불명의 어떤 것이든 간에, 겉모습이 사람처럼 두 팔, 두 다리가 있다면 ‘휴머노이드형’이라고 말한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은 휴머노이드 타입의 로봇으로 출발해서 안드로이드가 되었다가 마지막엔 인간으로 인정받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또 ‘사이보그(cyborg)’는 대개 SF에서 접하기 마련이지만, 원래는 SF용어가 아니라 1950년대에 의학자들이 만든 말이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 오르가니즘(cybernetic organism)’의 약자로서, 생물체의 몸에 인공 장기를 단 경우를 뜻한다. 미래에 인간이 우주공간이나 바다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인공아가미를 달아서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한다거나, 기계 팔을 붙여 정상인보다 더 강한 완력을 낼 수 있게 하는 등의 가능성을 연구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따라서 사이보그란 로봇이나 안드로이드, 인조인간과는 달리 처음부터 사람(또는 생물체)을 대상으로 인체공학, 생물공학적인 기술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TV연속극 <6백만불의 사나이>나 영화 <로보캅>의 주인공 등이 대표적인 사이보그이다.

최근의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이나 를 보면, 21세기에 로봇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바로 인공두뇌와 그 행동논리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로봇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가 반드시 거론된다. 그가 창안해 낸 ‘로봇공학의 3원칙’이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약관의 병아리 작가시절이던 1940년대 초부터 로봇 SF소설을 발표해 왔는데,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한결같이 ‘로봇공학의 3원칙’이라는 행동 윤리 강령을 지킨다. 그 3원칙이란 다음과 같다.

제 1조,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한 상황에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제 2조, 로봇은 제 1조에 위배되지 않는 한, 항상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 3조, 로봇은 제 1조와 제 2조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는 로봇을 만들기란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고도의 지적 사고와 판단능력을 갖춘 인공두뇌를 만들어야 하므로 앞으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로봇공학의 3원칙이 시대를 너무나 앞선 공상만은 아니다. 아시모프 본인도 알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 3원칙은 사실 로봇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기계장치들의 필수적인 요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어느 SF팬이 다시 정리한 로봇공학의 3원칙은 결국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된다.
제 1조,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
제 2조,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
제 3조, 튼튼해야 한다.

위와 같은 요건은 자동차나 산업용 기기, 심지어 가전제품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계장치들에 적용할 수 있다. 즉, 안전하고 조작이 쉬우며 수명이 오래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로봇 SF분야에서 이름을 남긴 아시모프지만, 한편으로 그는 현대 로봇산업의 실질적인 아버지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 제조회사는 1960년대 초 미국 코네티컷 주에 설립된 <유니메이션>사인데, 이 회사의 사장 조셉 잉겔버거는 대학생 시절 아시모프가 쓴 <나는 로봇>이라는 단편소설을 읽고 로봇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고 한다. ‘미래를 예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적어도 로봇에 관한 한 실제로 실현된 경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인공두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인간과 같은 판단력을 지닌 인공지능의 개발이 요원하다. 이에 대해서 한 가지 발상의 전환을 자극하는 의견이 있다. 컴퓨터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폰 노이만은 1957년에 출간된 유고집 <컴퓨터와 두뇌>에서 인간 두뇌의 기능에 대해 주목할 만한 견해를 제시했다.

‘두뇌는 신경세포간의 접합 부분인 시냅시스가 on-off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탈 컴퓨터이다. 그러나 컴퓨터와 달리 인간의 두뇌는 상당히 부정확하고 오류도 많이 발생하는 반면, 창조적인 사고와 발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인간 두뇌의 논리 회로는 컴퓨터 언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질의 것이 아닐까? 컴퓨터의 언어는 수학이지만, 인간의 두뇌는 그것과는 다른 논리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컴퓨터의 수학적 연산 언어보다는 훨씬 깊이가 얕아 보이지만, 그보다는 뿌리부터가 다른 구조의 논리 언어 체계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과는 상당히 다른 것임이 틀림없다.’ 과연 컴퓨터 CPU의 소형화와 연산속도의 향상만이 인공지능으로 가는 지름길일까? 어쩌면 노이만이 지적했듯이 새로운 논리 체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필자는 21세기 초반에 그 답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상준(SF/과학해설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