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인증에 관한 시장이 채 활성화되기도 전인 지난 95년. 미 스탠포드대 가속기연구소에서 입자물리학을 연구하던 중 보안업계에 뛰어든 소프트포럼의 안창준(安昌俊·36)사장은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국내에서 제일 먼저 암호인증 제품을 개발하고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매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미래산업내 보안연구소에서 시작한 자신의 사업기반은 물론 경영능력까지도 의심받을 위기에 처해있던 안사장은 ‘지금이야말로 기술개발에 몰두할 때’라고 판단, 1년여간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러쿵 저러쿵하는 주변의 말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기술개발이 곧 경쟁력’이라는 일념 하에 묵묵히 일을 추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안에 대한 인식’과 ‘시장’은 서로 경쟁하듯 커져갔다. 6년이 흐른 지금 소프트포럼은 PKI(공개키 기반구조)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PKI는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뱅킹 등 돈거래가 필요하거나 기밀사항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송수신되는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전자서명이 포함된 사용자 신분을 인증해주는 필수 보안기술.
“인재에 대한 투자가 최고의 소득”
안창준 사장은 성공하는 기업에는 항상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지적, 그중 가장 으뜸이 바로 ‘우수한 인재’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탁월한 기업은 탁월한 인재만이 만들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 고도의 조직문화를 살려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안사장은 기술개발만큼이나 인재를 구하는 데 온 정성을 쏟는다. “지난 6년간 건진 것은 다름 아닌 인재와 기술력”이라고 강조하는 안사장은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일반인에게까지 주목을 받게 되는 만큼 우수한 직원들이 지금까지 잘 해주었음에 항상 감사한다”고 말한다.
기술력과 인재. 두 마리의 토끼는 안사장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포럼은 웹메일과 클라이언트 메일 상호간 송수신이 가능한 보안메일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성공시키면서 이미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기업이 되었다. 세계적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가트너그룹은 지난해 소프트포럼을 아시아의 대표적 PKI업체로 꼽기도 했다.
인본주의적 경영철학을 실천한 휴렛 패커드의 창업자 데이비드 패커드를 가장 존경한다는 안창준 사장은 자신도 아낌없는 투자를 해온 직원들에게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풍토를 만들어주려 노력한다고 한다. 최고의 기업은 항상 인재가 만들어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입금 의존도 0%, 유동성 비율 592%를 자랑하고 있는 소프트포럼의 안창준 사장은 이달말 코스닥진입을 끝낼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올 연말쯤엔 지난 6년 동안 이뤄낸 성과보다 더 큰 결실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소프트포럼은 젊고 패기에 가득한 안사장의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경영전략으로 이제 ‘제 2의 도약(Quantum Jump)’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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