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1999년 화이자제약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가 등장한 이후 발기부전은 남성 성기능 장애를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란 찬사를 받고 있는 발기부전치료제는 많은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치료의 희망을 주는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문화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40세 이상 남성 절반이 질환자
남성이 원만한 성(性)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강직도로 발기에 도달하고, 이를 적정 시간동안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다. 바로 이 능력이 부족하거나 능력 저하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발기부전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발기부전의 원인 중 80%가 심혈관계 질환 및 당뇨병 등 질병에 의한 것이며, 나머지 20%가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40세 이상 남성의 절반가량이 일시적이나마 발기부전 상태를 겪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억5,200만 명이 발기부전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5년에 이르면 발기부전 환자수가 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3억2,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환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전체의 15~20%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발기부전을 심각한 질환으로 여기지 않으면서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발기부전 환자를 마치 성불구자로 보는 것 같은 사회적 시각도 이들이 떳떳하게 병원을 찾을 수 없도록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1999년 화이자 제약의 비아그라를 필두로 다수의 발기부전치료제가 시판되면서 인식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발기부전을 질환의 하나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최근 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치료제 발매 후 발기부전 환자수가 35%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cGMP의 작용으로 발기 유발
일반적으로 남성이 성적흥분을 유발하는 심리적·신체적 자극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부뇌실핵(PVN)이 도파민을 분비하면서 척추신경을 통해 음경에게 발기하라는 전기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음경은 즉각 신경말단과 내피세포에서 산화질소(NO)를 분비하는데, 이 산화질소의 작용에 의해 음경의 동맥혈관 확장 및 음경평활근 근육의 팽창이 일어난다. 동시에 cGMP라는 체내 물질도 생성된다.
남성의 음경에는 수세미와 비슷한 모양의 해면체가 있는데, 바로 이 cGMP가 동맥을 통해 들어온 혈액이 정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해면체에 피가 고여 팽창·발기하게 되는 것이다.
발기 상태가 해제될 때는 이와 반대의 작용이 일어난다. 포스포디에스터라제(PDE-5)라는 효소가 cGMP를 분해, 혈액이 정맥으로 나가면서 팽창이 끝나는 것.
즉 세부적인 작용기전에는 차이가 있지만 발기부전치료제는 기본적으로 PDE-5의 작용을 억제, cGMP의 분해를 막음으로서 발기 상태를 지속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또한 음경의 혈류량과 산화질소량을 증가시켜 발기의 강직도를 높여준다.
제품에 따라 효능 지속시간이 4∼36시간까지 다양하며, 특정 음식물에 의해 약효가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을 사용하면 성관계 성공률을 70∼8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아그라 주도 속 시알리스 맹추격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비아그라가 첫 선을 보인 1999년 이래 시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야일라, 엠빅스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시장 규모도 2006년 750억 원에서 지난해 772억 원으로 성장한 뒤 올해는 1,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명성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은 아직도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들이 많은데다 값싼 가짜 제품들이 시중에서 판을 치고 있는 탓이다.
이중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단연 비아그라다. 이미 2,7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복용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특히 발기부전의 정도, 연령, 보유 질환의 유무 등에 관계없이 다양한 환자 군(群)에서 동일하게 높은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성행위 30~60분 전에 복용하면 4시간 가량 약효를 볼 수 있다.
2위 그룹은 미국 릴리사의 시알리스와 독일 바이엘 헬스케어사의 레비트라로서 비아그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시알리스는 긴 효능이 가장 큰 메리트다. 발기 지속시간이 최대 36시간에 이르는 것. 복용 후 하루가 지나도 성행위가 가능해 비아그라처럼 시간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효능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음식물이나 알코올의 섭취 여부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레비트라의 경우 발기의 강직도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다. 실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비아그라나 시알리스를 능가하는 탁월한 강직도가 구현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복용 후 이르면 10만에 약효가 발현되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의 하나다.
토종제품은 동아제약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자이데나가 선두주자. 현재 강력한 효능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고객들에게 어필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약효가 최대 12시간까지 지속되며, 심장에 위험을 주는 부작용도 없다는 게 동아제약의 설명이다.
병력과 체질 고려 제품 선택해야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효능과 장점을 지닌 제품들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요령은 무엇일까. 의사와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제품의 효능에 주목하기보다는 자신의 병력과 체질을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각 제품이 지닌 효과와 부작용은 개별 환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복용했다가는 쥐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전문가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 약제의 종류와 용량, 복약방법 등을 결정해야 하며, 이렇게 결정된 결과는 효과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한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발기부전치료제의 부작용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사항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안면홍조, 두통, 식욕부진, 코 막힘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고지방식을 섭취하면 발현이 늦어지고, 레비트라의 주성분인 바데라필은 지방 칼로리 57% 이상의 식품을 섭취할 경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특히 협심증 치료제의 일종인 질산염 복용자는 절대 발기부전치료제를 함께 복용해선 안 된다. PDE-5 억제제와 질산염제제의 동시 복용은 급격한 혈압 강하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 같은 부작용의 대부분은 일시적이고, 경미하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소실된다는 게 이미 임상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게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짝퉁 발기부전치료제의 만연
이처럼 발기부전치료제의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짝퉁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등 불법적인 경로로 활발히 유통되면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발기부전’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의사의 처방전 없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광고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지하철 등의 공용 화장실에도 같은 내용을 담은 광고성 명함들이 널려 있다.
얼마 전 한국화이자제약이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가짜 비아그라 복용자 중 80% 정도가 본인이 복용한 제품이 정품인지 확신하지 못하거나 가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품 여부에 의구심이 들면서도 이를 구입, 복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발기부전치료제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전문의로부터 진단받고 적절한 용량과 용법으로 복용해야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짝퉁의 경우 기대하는 효과는 보지 못하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오히려 건강만 해칠 개연성이 크다.
한국화이자제약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낱알 또는 병 포장 형태로 판매되는 비아그라는 모두 가짜라고 보면 된다”며 “귀찮거나 창피하다는 이유로 짝퉁을 구입하는 것은 건강을 잃을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INTERVIEW] 문현준 씨알 비뇨기과 원장
자신에게 알맞은 약제 선택 중요
Q. 발기부전 질환의 발생 원인은?
발기부전은 중년 이후 남성들의 발생빈도가 높지만 최근에는 젊은 남성들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도시생활에 따른 운동 부족과 업무 및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비만 등 성인병의 증가가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결과로 생각된다. 결국 시대가 발전할수록 발기부전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Q. 처방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현재 시중에는 다양한 발기부전치료제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환자가 기대하는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문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유효성과 안전성이다. 이 기준에 맞춰 환자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성생활 패턴 등에 따라 적절한 선택을 하고 있다. 발기부전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과 음경발기 능력검사를 받은 후 체계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Q. 발기부전치료제 복용 때 주의할 점은?
각 제품들은 주성분의 작용기전에 의해 몇몇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이 알려진 것으로 두통·안명홍조·소화불량 등이 있는데, 이들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심한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으로 질산염제재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금하는 것이 좋다. 또한 술이나 음식물이 약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Q. 발기부전치료제의 사회적 가치는?
성생활은 부부간의 행복에 매우 중요한 요소며, 발기부전은 그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더욱이 원만한 성생활은 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발기부전치료제는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 개개인은 물론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는 묘약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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