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농구와 배구를 하다 무릎에 부상을 입었어요. 우리 숙모는 아이를 낳다가 심장에 이상이 생겨 돌아가셨고요. 아버지도 뇌동맥 이상 확대로 돌아가셨지요. 제가 연구하던 것을 응용하면 사람의 몸속에서 자연치유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여러 가지 연구로 무려 20여개가 넘는 상을 받은 앤세스는 젤라틴과 비슷한 모양 및 느낌을 가진 히드로겔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히드로겔은 뜨거운 수용액을 식힐 때 얻어지는 것으로 이를 이용하면 인간의 조직을 신속하게 치유할 수 있다. 특히 무릎 연골의 재생에 효과가 크다.
히드로겔을 이용한 무릎 연골 치료 과정은 이렇다. 우선 기술자가 환자의 건강한 연골 세포를 추출한 다음 실제 연골 구조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히드로겔에 섞는다. 그리고 이것을 부상당한 무릎에 주입한다.
앤세스는 “히드로겔을 안 쓰고 그냥 연골 세포를 넣으면 무릎이 낫지 않는다”면서 “연골에는 세포에 이상신호를 전해주는 신경이나 혈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히드로겔은 세포가 성장해 무릎을 낫게 하는 3차원 골격 역할을 한다. 6주 후 히드로겔이 생분해되면 연골은 완전히 나아있게 된다.
현재까지는 염소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만 성공했다. 하지만 영국의 스미스 앤 네퓨사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 포스터 시티에 있는 카트릭스사는 최근 앤세스에게서 이 기술의 라이선스를 획득,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시작했다.
“제가 연구하던 것을 응용하면 사람의 몸속에서 자연치유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5~10년이면 히드로겔을 사용한 연골 치료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게 돼 무릎을 다친 스키어들의 치료기간을 절반으로 줄여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앤세스는 과거의 방법은 섬유, 직물 등 산업용으로 고안된 소재를 사용해 치료하지만 자신이 개발한 치료법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참신하다고 말한다.
실제 그녀의 히드로겔은 처음부터 인체에 투입하기 위해 직접 만든 것이기 때문에 원하는 치료법에 맞게 만들 수 있다. 히드로겔을 사용해 손상된 심장판막을 재생하거나 부러진 뼈를 이을 수 있다. 또한 당뇨병 환자를 위해 인슐린을 만들거나 파킨슨병 환자의 병든 뇌 조직을 대체할 건강한 뉴런을 기를 수도 있다.
앤세스는 앞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히드로겔도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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