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이기고 민주주의 이끌어온 거인"
이희호 여사 별세…줄잇는 조문 행렬
문희상 "엄혹한 시절 DJ와 함께
극복한 삶에 감사드려" 눈물 글썽
동교동계 인사 일제히 빈소 지켜
한국여성 운동사에 큰 족적 남겨
카터에 편지 보내 DJ 구명운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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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넘은 정치적 동지’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 ‘영원한 동교동의 안주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곁에서 정치 역정을 함께 걸어온 인사들은 지난 10일 별세한 고 이희호 여사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이 여사는 10일 오후11시37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향년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젊은 시절에는 여성운동 1세대로 활약했고 김 전 대통령이 옥고를 치를 때는 옥바라지로, 망명 때는 후견인으로, 가택연금 때는 동지로, 야당 총재 시절에는 조언자로 곁을 지킨 이 여사의 소천(召天) 소식에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리기 위한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 여사의 빈소는 조문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속속 모여든 동교동계 인사들로 붐볐다. ‘동교동계 막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인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 그리고 김방림 전 의원 등이 아침부터 빈소를 지켰다. 조문객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사람은 윤영찬 전 청와대 소통수석이었다. 오전10시께 장례식장에 도착한 윤 전 수석은 이 여사를 떠올리며 “김 전 대통령님을 만나 평생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고난을 겪고, 고난을 이기시고 민주주의를 지금까지 끌고 온 큰 거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빈소를 찾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엄혹한 시절을 김 전 대통령과 함께하며 그 시절을 극복하신 삶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행사를 당에서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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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평생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하신 이 여사님에게 저와 한국당은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 나라의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을 위해 남기신 유지를 저희가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등 정치권과 각계 인사들의 문상이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이 상주로서 자리를 지킨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와 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 각계 인사들이 보낸 60개 이상의 근조기가 빈소에 도착했다. 헌화를 위한 단상에는 대통령 당선 시 대통령 내외가 받은 무궁화대훈장이 놓여 있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 전에 1세대 여성운동가로 한국 여성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결혼 전에는 독신을 고집하며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당대의 엘리트였다. 대표적으로 대한YWCA연합회 총무를 맡아 ‘축첩자(혼외 배우자)를 국회에 보내지 말자’는 캠페인에 나섰고 남녀 차별적 법 조항을 수정하는 데 힘쓴 것이 꼽힌다. 이 여사가 핵심이 된 YWCA의 이런 활동은 1989년 남녀 차별적인 내용을 일부 고친 가족법 개정이라는 성과를 거뒀고 훗날 호주제 폐지로까지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 여성의 공직 진출 확대를 비롯한 여성계 인사들의 정계 진출 문호를 넓힌 당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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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에 매진하던 이 여사는 1962년 만 40세의 나이로 김 전 대통령과 부부의 연을 맺으며 김 전 대통령의 고난 가득한 정치 역정을 함께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납치 사건, 내란음모 사건과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 내내 이어진 감시와 탄압을 감내했고 1980년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는 국제적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당시 사형을 선고받은 김 전 대통령에게 이 여사는 편지를 보내 “당신의 생이 평탄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욱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며 정신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 여사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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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는 한반도 평화 조성에 헌신했다. 이 여사는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에 영부인으로 동행해 역사적 현장을 지켜봤다. 특히 보수정부 시절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햇볕정책의 맥을 이어가고자 노력했다. 이 여사는 유언을 통해서도 “하늘나라에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 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평화 통일을 염원했다.
/하정연·김인엽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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