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역습, '슈퍼 태풍' 한반도 덮친다
입력2016-10-12 11:32
수정2016-10-12 11:35
10월에 온 태풍으로는 3년 만인 태풍 차바는 강풍과 호우 기록도 갈아치웠다. 10분간 분 바람의 평균인 ‘최대 풍속’은 초속 49m를 기록했다.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가장 강한 바람이다.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56.5m를 기록해 역대 4위 수준이다. 제주 서귀포에선 시간당 116.7㎜(누적 289.1㎜)의 비가 쏟아졌다. 서귀포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강한 비였다. 제주 윗세오름에서는 4~5일 누적 강수량이 659.5㎜(시간당 173.5㎜)나 됐다.
카리브해 일대에서도 역시 10월 허리케인 ‘매슈’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최대 풍속이 초속 58.1~69.7m(최대 시속 250㎞)에 달하는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인프라가 취약한 아이티의 피해가 컸다. 매슈가 강타한 아이티의 사망자수가 1,000여 명에 달했다. 미국에서도 19명이 사망하고 곳곳이 물에 잠기며 최대 6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남겼다. ‘매슈’는 2005년 미국을 강타한 카트리나 이후 최강의 허리케인으로 불린다.
10월에 태풍이 우리나라 육상ㆍ해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1904년 이래 10개로 10년에 1번꼴이다. 하지만 2013년 이후 3차례나 찾아오면서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태풍 차바는 10월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태풍 중에서 가장 강한 태풍이다. 태풍 차바 이전에 국내에 영향을 끼친 10월 태풍으로는 2013년 24호 태풍 ‘다나스’가 있었다지만 피해는 미미했다. 빗길 교통사고로 수 명이 다치고 건물 외벽의 벽돌 파손과 가로수가 쓰러지는 수준의 피해에 그쳤다. 1994년 태풍 29호 ‘세스’도 그해 10월 남해안에 상륙했지만 강도는 차바에 미치지 못했다.
태풍은 통상 여름에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을 월별로 분석해보니, 1951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많은 태풍이 만들어진 달은 8월이었다. 355개의 태풍이 북태평양에서 만들어졌다. 두 번째로 많은 달은 9월로 324개였다. 다음이 7월 248개, 10월 242개다. 6월에서 8월까지 여름 태풍 수가 720개인데 9월 이후 11월까지 가을에는 719개였다. 가을 태풍의 발생 수가 여름에 못지 않게 많았다는 말이다. 기상청이 1904년부터 지난해까지 태풍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 순위를 발표했다. 인명 피해에서 가을 태풍은 전체 10위권에 2개가 들었다. 재산피해는 10위권에 4개가 포함됐다. 재산 피해를 보면 가을 태풍이 훨씬 더 강했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9월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1,479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와 4조2,225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데이터센터(CDC) 연구진은 태풍의 에너지 최강 지점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4년 NOAA의 제임스 코신 교수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1982년부터 2012년 사이에 발생한 태풍을 포함한 열대 사이클론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태풍이 최대 강도에 도달한 위도가 10년마다 북반구에서는 53㎞씩, 남반구에서는 62㎞씩 극 쪽으로 이동한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30년간 태풍의 세력이 강력한 지점은 적도 부근에서 약 160㎞ 올라왔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제임스 코신 교수는 “일본과 한국이 큰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앞으로 가속화 하는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에서 이례적이고 강력한 태풍을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슈퍼 태풍’도 몰아칠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적도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수온 28도가 넘는 지역을 ‘웜풀’(Warm Pool)이라 부른다. 지구 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가 여름철 태풍 발원지인 ‘웜풀(warm pool)’ 팽창에도 관여해 슈퍼 태풍을 늘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1953과 2012년 사이 60년간의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구 상에서 가장 따뜻한 바다로 꼽히는 적도 부군의 ‘웜풀’ 해역은 32%나 팽창했다. 인도양에서는 기존의 절반 정도나 면적이 넓어졌다. 포항공과대(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팀은 이 팽창을 불러온 주범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임을 알아내 지난 7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민 교수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웜풀의 팽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는 2012년 평가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로 서태평양 지역에서 태풍의 발생 빈도는 줄어들지만 강도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점차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 우리나라도 가을이 아닌 겨울에 태풍이 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력한 슈퍼 태풍은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영향을 줄 것이다.
지난해 국립기상과학원 최기선 박사 등이 1977년 이후 태풍을 대상으로 분석해 지구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99~2013년 동안의 태풍들이 1977~1998년 동안의 태풍들보다 훨씬 고위도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1999년 이후부터 태풍이 최대 강도를 나타내는 위도가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교수가 1975년 이후 40년 동안의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슈퍼태풍의 도달 위도를 따져봤더니, 최고 북상 위도는 전반기 20년간 북위 28도에서 후반기 20년 34도로 6도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도 1도가 110㎞이니, 북쪽으로 660㎞ 치고 올라온 셈이다. 문일주 교수는 “한반도 주변 태풍 길목의 수온 상승으로 가까운 미래에 슈퍼 태풍이 강도를 유지한 채 우리나라를 덮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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