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층 상가에 폭포수 에스컬레이터...밤에도 깨어있는 오피스
입력2017-03-24 19:43
수정2017-03-27 15:13
지난 22일 점심시간에 방문한 서울 광화문 D타워의 스시 뷔페 ‘수사’. 오전11시30분부터 만석이 되자 매장 앞 소파까지 대기하는 손님들로 꽉 찼다. 테이블에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많았지만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온 전업주부나 어르신들, 일본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저녁 다시 찾은 D타워의 ‘파워플랜트’에는 맥주 한 잔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북적북적했다. 경리단과 가로수길의 유명 맛집인 코레아노스, 랍스터쉑 등의 음식과 함께 16종의 크래프트 비어를 파는 이곳은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의 저녁 약속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5개층 한눈에 보이는 상가 공간
독특한 내부구조·눈길 사로잡는 매장
먹고 마시는 즐거움에 보는 재미 더해
D타워가 ‘핫플레이스’가 된 것은 단순히 맛집들이 한데 모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특한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도 한몫을 한다. 입구를 들어서면 5개층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공간과 함께 4층까지 쭉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눈길을 잡아당긴다. 일명 폭포수(캐스케이드·cascade) 에스컬레이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언덕을 올라가는 느낌이 들면서 계단식으로 구성된 매장들과 마주하게 된다. 2층과 4층에 위치한 온더보더나 빌즈 매장은 천장이 트인 오픈 테라스 형태다. 통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면서 야외에 나온 듯하다. 5층의 한육감 매장은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준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진 것이다.
D타워의 기획을 담당한 대림산업의 김상윤 건축사업본부 상무는 “평면적인 스트리트몰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1층부터 5층까지의 가치를 동일하게 부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1~5층의 상가 공간을 별도로 ‘리플레이스(replace)’라고 명명한 것도 이채롭다. 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한다는 의미로, 식음료와 문화·패션·업무 등이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 복합공간을 지향한다.
광화문의 밤 밝히는 건물
‘도쿄의 불야성’ 마루노우치 벤치마킹
주변 직장인 북적이는 살아있는 건물
1~5층까지의 리플레이스만 보면 D타워가 대림산업이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S-OIL, 소시에테제네랄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입주한 24층짜리 오피스 빌딩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쉽지 않다.
입주사 직원들이 지나다니는 게이트와 안내 데스크가 있는 로비를 과감하게 지하 1층으로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오피스 빌딩들이 1층에 로비를 두고 기껏해야 지하 1층에 상가 아케이드를 내준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김 상무는 “광화문 일대 오피스를 보면 입지가 뛰어나도 근무시간에만 붐비고 밤에는 죽어 있는 건물이 많다”면서 “24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의 절반 이상은 살아 있는 건물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콘셉트는 일본 도쿄의 업무지구인 ‘마루노우치’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마루노우치는 도시재생을 통해 지하를 연결하고 오피스 저층부에 리테일을 입점시키면서 저녁과 주말이면 죽어 있던 공간에서 24시간 365일 비즈니스맨과 쇼핑족·관광객이 넘쳐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다
피맛골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맛집 즐비
대림 이해욱 부회장도 유달리 애정 쏟아
D타워는 대림산업이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2·3지구를 정비해 지난 2014년 10월 준공한 복합 프라임 오피스다. 대림산업의 영문 사명(DAELIM)과 회사 측이 강조하는 디자인(Design)에서 이니셜 첫 알파벳 ‘D’를 따와 건물 이름을 만들었다.
서울 도심의 상업 중심지이면서도 4대문 안에 위치하는 전통성을 살리기 위해 건물 표면에 흙과 나무·하늘과 같은 자연의 고유 색상과 질감을 반영했다. 또 벽돌을 차곡차곡 쌓은 듯한 외관으로 무게감을 입혔다.
실제로 D타워에는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근처에 오늘날 상가의 원조 격인 조선시대 종로의 ‘어용 상설시장(왕실과 국가의식의 수요품을 공급하는 상점)’이 있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다니던 종로 큰길을 피해 서민들이 이용한 길 ‘피마로(避馬路)’에서 유래한 ‘피맛골’도 D타워를 관통한다.
D타워는 조선시대 피맛골을 현대적으로 재현해 트렌디한 맛집들을 들이고 ‘소호(SOHO·小好)’라는 이름을 새로 붙였다. 작지만(小) 좋은(好) 가게가 모여 있다는 의미다. 이곳에서 시작된 피맛골은 르메이에르~타워8~그랑서울 등 주변 건물들과 이어지면서 상호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D타워는 대림산업 최고경영자(CEO)인 이해욱 부회장이 유달리 애정을 보이는 건물이기도 하다. 해외의 중요 클라이언트 등 외부 귀빈들을 만날 때면 D타워에서 식사를 대접하면서 건물을 직접 소개할 정도라고 한다.
업무시설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은 친환경 건축물이기도 하다. 옥상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열 냉난방 시스템도 도입했다. 빗물을 모아 조경과 청소용수로도 사용한다. 이를 통해 건물 유지관리 비용을 20%가량 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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