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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누가 ‘돈지랄’을 욕하는가

입력2020-06-17 17:15

지면 34면
[공감]누가 ‘돈지랄’을 욕하는가

돈지랄, 하고 가만히 불러보면 가슴이 뛴다. 뭘 지를까, 생각만으로 이미 설렌다. 세상엔 수많은 지랄이 있고 그중 최고는 단연 돈지랄이다. 이 단어는 오랫동안 나쁜 의미로 쓰였다. 착한 소비, 현명한 소비의 반대말로 통했다. 온 세상이 내가 내 돈 쓰는 것에 죄책감을 심어주려고 무지하게 애쓴다. 헛돈 쓰지 마라, 낭비하지 마라, 니 한 몸 편하자고 쓸데없는 거 사지 마라. 그거 다 돈지랄이다. (…) 돈을 쓴다는 건 마음을 쓴다는 거다. 그건 남에게나 나에게나 마찬가지다. ‘나를 위한 선물’이란 상투적 표현은 싫지만, 돈지랄은 ‘가난한 내 기분을 돌보는 일’이 될 때가 있다. 내 몸뚱이의 쾌적함과 내 마음의 충족감. 이 두 가지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내가 나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영영 모를 수도 있다. (신예희,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2020년 드렁큰에디터 펴냄)

[공감]누가 ‘돈지랄’을 욕하는가

‘돈지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분수에 맞지 아니하게 아무 데나 돈을 함부로 쓰는 짓”이라고 나온다. 그러니까 돈지랄은 ‘네 분수와 주제를 파악하고 돈을 쓰라’는 힐난이 담긴 말이다. 하지만 내가 번 돈 내가 쓴다는데 왜 남들이 내 분수와 재정상태까지 운운하는 걸까.

신예희 작가는 20년간 프리랜서 작가로 살며 돈지랄의 고수가 됐다. 흔히 돈지랄이라고 하면 무분별한 쇼핑과 후회의 카드명세서를 떠올리겠지만 신 작가의 돈지랄은 자신의 필요와 욕망을 정확하게 겨누는 저격수처럼 주도면밀하다. 신 작가는 쓸 때 확실히 돈을 더 쓰고 시간과 체력은 철저히 아낀다. 그렇게 아껴둔 몸과 마음과 시간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할 때 동원한다.

세상은 돈을 내줄 때도 우리의 지위와 주제를 냉혹하게 계산하더니, 돈을 쓸 때도 네 분수를 알라 훈계한다. 이런 오지랖과 죄책감은 시원하게 걷어차고 가끔은 나만을 위한 돈지랄이 필요하다. 당신은 그 행복과 보상을 당당히 누리려고 그토록 열심히 일해온 것이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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