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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수치심과 슬픔의 날에 우리는

입력2020-07-08 09:15

수정2020-07-08 17:22

지면 34면
[공감]수치심과 슬픔의 날에 우리는

삶이 쉽다거나 확신에 차 있다는 건 아니다. 완강한 수치심의 그루터기들,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슬픔, 아무리 춤과 가벼운 발걸음을 요구하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어디를 가든 늘 지고 다니는 돌자루가 있다. 하지만 우리를 부르는 세상, 경탄할 만한 에너지들을 가진 세상도 있다. 분노보다 낫고 비통함보다 나은, 더 흥미로워서 더 많은 위안이 되는 세상. 그리고 우리가 하는 것, 우리가 다루는 바늘, 일이 있으며 그 일 안에 기회―뜨거운 무정형의 생각들을 취하여 그것들을 보기 좋고 열을 유지하는 형상 안에 집어넣는 느리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가 있다. (…) 곧, 나는 내 삶을 주장하기로 결심함으로써 일과 사랑을 통해 멋진 삶을 만들어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메리 올리버, ‘긴 호흡’, 2019년 마음산책 펴냄)

[공감]수치심과 슬픔의 날에 우리는

몸에도, 인생에도 깊고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책을 읽는다. 아침 알람 소리에 따귀 맞듯이 일어나 헉헉대며 일터로 나가고, 수시로 훅 복받침을 느끼는 한낮에도, 답 없는 문제들에 전전긍긍하게 되는 저녁에도, 메리 올리버는 독자를 심호흡하게 하는 작가다. 우리는 누구나 수치심과 상처와 슬픔이 잔뜩 든 돌자루를 지고 휘청휘청 걸어간다. 하지만 돌자루에 짓눌려 분노와 비통함으로 스스로를 주저앉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돌자루를 걸머지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

수치심은 완강하고 슬픔은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일과 사랑을 찾아내, 내 삶을 다져나갈 뿐이다. 수치심과 슬픔에 헉헉 흑흑 숨이 가빠질 때, ‘긴 호흡’으로 내 인생을 원거리에서 바라본다. 누구나 지고 있는 돌자루에 엄살 부리지도 핑계 대지도 않으며, 다시 시작해본다. 깊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공감]수치심과 슬픔의 날에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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